지난달 30일 오전 4시55분쯤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5월 강원 동해시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를 제외하고 올해 국내 발생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다. 이번 지진은 경주·포항 등 경북뿐만 울산, 경남, 부산, 대전 등지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였다. 한밤 중 단잠에 빠져 있던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흔들림과 긴급재난문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특히 경주는 7년 전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인 5.8 강진이 발생한 곳이어서 이번 지진으로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음해인 2017년엔 인근도시 포항에서 경주지진 다음으로 규모가 큰 5.4 지진이 발생해 많은 피해가 발생해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 회복과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4.0 경주지진은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불과 10㎞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높다. 다행히도 월성 1·2·3발전소에 미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큰 지진 발생에 대한 공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4.0지진은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날 김성환 국회의원이 공개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월성원전을 비롯한 다수의 국내 노후원전에서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앵커볼트는 원전에 설치되는 모든 기기·설비를 콘크리트 바닥,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이다. 특히 원전의 중대사고를 견뎌야 하는 사고의 예방 및 완화에 관련된 안전설비들을 고정하는데 쓰이는 앵커볼트의 경우에는 안전설비와 같은 안전등급을 충족할 것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원전측은 월성3·4호기 격납용기내 비내진범주 앵커볼트 전체에 대해 안전평가를 수행한 결과 압력경계 비내진범주 앵커볼트가 설계기준을 만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도 원전이 지진에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10년 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지진으로 사망자만 2만 명에 달하고, 마을은 사라졌으며, 주민들은 아직까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북 동해안에는 국내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밀집돼 있으며, 울진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이 재개됐다. 이번 지진으로 별다른 피해가 없는 건 다행이지만 무턱대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한순간 방심이 국민 생명과 재산을 깡그리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진을 비롯한 재난 대비 체계를 철저히 살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4.0 경주 지진은 지진 대비체계를 다시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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