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준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날 밤, 지우개가 달과 별을 하늘에서 지우고
네온 불빛만 홀로 어둠을 밟고 있다 황홀한 조명이 유혹하는 날이면
길을 잃은 그들이 불빛을 쫓다 더 어두운 밤을 맞이했다
한때 이곳도 새벽을 환하게 비치는 동살 어림에, 몽환을 그리는 꽃구름 붓
한여름 땡볕 열기를 식히는 산돌림과 푸른 질감 그늘이 울창한 살만한 곳이었다
큰 쥐가 쌀가마니를 파먹듯 오후의 그림자처럼 키가 커지는
고층 건물이 하루하루 굵은 뿌리를 내리자, 달동네와 정글놀이터가 사라지고
징검다리 밑동만 남은 숲은 더 먼 곳으로 쫓겨 가야만 했다
창문은 풍경을 그린 반사 유리, 시놉시스처럼 그려진 나무가 아늑하게 흔들리는 곳에
지친 날개가 쉬러 날아들다 쫓기듯 달리는 차 밖으로 툭, 추락하는 소리
몸통이 부딪혀도 나무는 흔들리지 않고 토마토의 파편은 흔적도 없다
도로에 압화가 된 몸
고속도로가 곁눈질을 하며 무심히 달리는 그 바닥에
어느 생애가 문드러져 있다
*야생 조류 충돌 방지 필름
제1회 한국디지털문학상
제27회 경기 노동문화예술제(시부문)
2023 국민일보 신춘문예
2023 직지콘텐츠 (시부문)
제 44회 근로자문학제(수필)
제3회 한용운문학상(시부문)
2024 오륙도신문 신춘문예(시 부문)
2024 시사불교매너리즘 신문 신춘문예(수필, 디카시)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