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는 영남이 주고 자리는 충청이 갖나
  • 경북도민일보
표는 영남이 주고 자리는 충청이 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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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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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말이 있다. ‘되놈’은 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4.10 총선에서 참패한 뒤 진행되고 있는 여권 인사 행태를 보면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일명 영남지역은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을 지탱해 주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90석 가운데 2/3인 59석을 몰아주었다. TK 25석 전부, 그리고 PK 40석 가운데 6석을 제외한 34석이다.

지역구 선거의 의석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선거도 마찬가지다. 대구지역 125만여 표 가운데 국민의미래가 75만여 표를 득표했다.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얻은 31만여 표에 비해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것이다. 경북지역은 137만여 표 가운데 국민의미래가 82만여 표를 얻었고,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36만여 표를 얻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지지해 준 것이다.

부산·울산·경남은 국민의미래가 약간 앞섰다. 부산의 경우 국민의미래가 85만여 표, 더불어민주연합이 38만여 표, 조국혁신당이 41만여 표를 얻었다. 경남은 국민의미래가 82만여 표를 얻었고, 더불어민주연합이 38만여 표, 조국혁신당이 36만여 표를 얻었다. 울산은 국민의미래가 24만여 표, 더불어민주연합이 14만여 표, 조국혁신당이 13만여 표를 얻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득표 및 득표율은 대구 119만 9,888표(75.14%), 경북 127만 8,922(72.76%)로 이재명 후보에 비해 170만 표 가까이 더 지지해 주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구에서 34만 5,045표(21.60%), 경북에서 41만 8,371표(23.80%)를 얻었다. 당시 표 차이가 24만여 표였다는 점에서 TK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반면 충청권 일부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선친 고향이 충남이라는 점을 내세워 ‘충청대망론’으로 불을 지폈지만, 당시 충청지역(충남·북-대전-세종) 표 차이는 14만여 표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 당시 충청대망론은 실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영남지역에서의 압도적인 지지에 따른 표 차이가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총선 패배 책임을 영남지역으로 몰고가는 분위기이다.영남권 인사는 앞으로 열릴 전당대회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영남이 국민의힘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승리한다는 소리로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제22대 4.10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이 인적쇄신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4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공통점은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다. 정 비서실장은 충남 공주 출신이고, 홍 정무수석은 예산농고를 졸업했다. 충청대망론의 대통령부터 비서실장·정무수석까지 모두 충청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셈이다.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충청도가 핫바지입니까?”도 그중 하나다. 이제 TK지역이 여권에 물을 차례다. “대구·경북이 핫바지입니까?”.

물론 국무총리 및 대통령실 실장·수석 등 후임 인사가 많이 남아있어 이처럼 속단하기는 이를 수도 있다. 다만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란다’는 말처럼 총선에서 표 몰아주고 선거 패배 진원지로 욕먹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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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2024-04-26 02:14:07
홍철호가 경기 김포사람인데 충청에 있는 대학교 나오면 충청도 출신이 되는 신기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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