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의 명예회복과 보훈정책의 재정립을 촉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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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령의 명예회복과 보훈정책의 재정립을 촉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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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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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옵는 보훈부 장관님께 드립니다(끝)
특별기고
 

존경하옵는 장관님

이제 우리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산자를 위한 보훈이라면, 어느 누가 목숨을 초개처럼 버려 나라를 지키겠습니까? 차라리 전쟁터에서 남몰래 내 손가락 두어 개를 스스로 뭉겨 버리고 상이군경이 되어 돌아오면, 나라의 보상이 호국영령보다 오히려 더 많지 않겠습니까? 이런 웃지 못할 농담 같은 얘기가 대중들의 담론 속에 회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저 농담의 뒷면에 숨어있는 서슬 퍼런 비수의 칼날보다 무서운 심박한 진리를 우리는 똑바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국가가 전쟁으로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온 국민이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킬 수 있도록 보훈 정책을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살아 있는 자만의 보훈이라면, 군인이 전쟁터에 나가서는 절대로 목숨 걸고 싸우지 말고, 요령껏 대로 총을 뒤집어 허공에 쏘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서 돌아오라는 것입니다. 이래서야 어찌 나라를 제대로 지키겠습니까? 우리의 어설픈 보훈 정책이 바로 이런 비아냥거림의 담론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며, 이런 잘못된 보훈 정책 때문에 국가가 전쟁의 위기에 처했을 때 많은 국민이 해외로 도망갈지언정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주 먼 옛날에, 국가에서 얼마간의 돈을 유족에게 주고 그것으로 호국영령 당사자의 보상금을 퉁 쳤다”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사실 1961년에 원호청이 만들어지고 1962년에 원호처가 처음 생겨나서 일 년에 한두 번씩 유족 연금을 몇천 원씩인가를 받기 시작하여 20세에 제적당했던 1970년에는 일 년에 서너 번씩 분기별로 몇만 원씩인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호국영령 당사자의 보상금을 퉁 치기 위해 얼마간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저로서는 정말 금시초문입니다.



이제 6.25 전쟁 호국영령들의 직계가족 중 부모 유족은 벌써 다 돌아가셨고 미망인들도 하마 다 돌아가시고 몇 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유족은 유자녀뿐인데 이들도 7-80세를 넘은 나이입니다. 이들조차 죽고 나면 우리의 아버지 호국영령들은 영영 보상받지 못한 망령이 되어 구천을 떠돌 것입니다. 엎드려 두 손 모아 바라옵건대, 유자녀 유족들이 다 죽기 전에 나라에서 호국영령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위국헌신은 군인의 본분이요 호국 보훈은 국가의 본분이라 했습니다. 이 점을 널리 살펴 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저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보훈 용어 중에 보훈법에 맞지 않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전몰군경유족’이라는 용어도 보훈법에 맞지 않습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전쟁에서 죽은 군인과 경찰’이라는 호칭이 어찌 보훈법에 타당한 용어입니까? 참으로 호국영령들을 발아래 둔 극도로 폄하된 호칭이 아닙니까? 최소한 ‘호국영령유족’ 혹은 ‘호국영웅유족’ 등의 의미를 뜻하는 새로운 호칭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된 만큼, 지금까지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보훈, 목소리 큰 자만의 보훈이 아니라, 좀 더 찾아가는 능동적인 보훈,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선진국다운 보훈 정책을 펼쳐 나가시기를, 삶의 고단함으로 백발이 되어 버린 이 제적 유자녀가 두 손 모아 간절히 간절히 기원합니다.

올바른 보훈 정책의 수행, 이것이야말로 나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을 위로하는 길일 것이며, 이 나라 억만년의 기틀을 바로잡는 길일 것입니다.

두서없는 말씀으로 장관님의 심기를 어지럽게 만든 점을 사과드리면서 간단한 회답서라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영길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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