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고민한 홍명보 "축구인생 마지막 도전…승부욕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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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고민한 홍명보 "축구인생 마지막 도전…승부욕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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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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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HD 감독이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울산HD와 광주FC의 경기를 끝내고 울산HD 팬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2024.7.10/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울산HD와 광주FC의 경기를 끝내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첫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이날 홍명보 감독은 “팬들의 응원의 구호가 야유로 바뀐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2024.7.10/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울산HD와 광주FC의 경기를 끝내고 울산HD 팬석에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4.7.10/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축구 인생 마지막 도전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를 마치고 3일 전 결정된 A대표팀행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 8일 대합축구협회와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계약 기간을 체결했다. 선임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부임을 강하게 부인했던 홍 감독은 말을 바꾸면서 10년 만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홍 감독은 “2014년 월드컵 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솔직한 심정으로 (A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 2월부터 내 의도와 상관없이 여러 곳에서 이름이 오를 때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면서 대표팀 감독에 대해 일체 생각이 없었다“며 올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계속해서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 부임설이 나왔지만 그는 지난 5일 수원FC전까지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꿔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홍 감독은 ”지난 5일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집 앞에 찾아와 2~3시간을 기다려 이를 뿌리치지 못했다. 당시 이 이사가 최근 발표한 ‘한국 축구 기술 철학’을 이야기하며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에 관해 설명했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이루지 못한 부분이었다. 행정직에서 한계가 있는 이 부분을 A대표팀 감독으로 실행하고 싶었다“며 대표팀의 연계성이 자신의 결정을 바꾼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임생 이사를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했다. 축구 인생에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겼다“면서 ”결과적으로 나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내게 홍명보는 없고 대한민국 축구만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감독직을 거절하다가 심경을 바꾼 배경이 궁금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 후다. 대회 후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A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2014년 이후로 10년을 보내면서 어려운 시점도 있었지만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절도 있었다. ‘국가대표’ 홍명보에 대한 무게감을 내려놓게 된 시간이어서 홀가분했다. 이에 지난 2월부터 내 이름이 의도와 상관없이 전력강화위우원회, 대한축구협회, 언론에 오를 때 괴로웠다.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다.

지난 5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이임생 이사를 뿌리치지 못하고 이번에 처음 만났다. 그때 MIK(Made In Korea)라는 기술 철학을 이야기했는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협회에서 전무이사를 맡을 때부터 관심이 있던 부분이었지만 이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특히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임생 이사가 대표팀의 연계성을 말했는데, 행정에서는 이 부분에 한계가 있다. 정책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장에 있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로 A대표팀 감독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

이임생 이사가 외국인 지도자 후보 2명을 만났는데, 이 부분(대표팀 연계성)이 잘되지 않았다며 나를 설득했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했지만 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 이사는 돌아갔고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에 일들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다시 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 새 팀을 새롭게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버리기로 했다. 긴 잠을 못 자면서 생각한 끝에 나를 버렸다. 이제 나 홍명보는 없다. 그저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벤투 감독 선임 체제 때 전무이사로 선임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A대표팀에 부임하면서 선임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있다.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임생 이사가 만나자고 해서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질문했다. 이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답이 와서 만났다. 선임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력강화위원회와 협회가 잘 알고 있다.

-2014년과 지금은 뭐가 달라졌나.

▶10년 전과 매우 다르다. 그때는 경험이 부족하고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K리그 경험도 많이 했다. 더 노력 하겠다.

-현재 대표팀의 전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좋은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선수들의 재능이 헌신, 희생과 함께하면 큰 효과를 볼 것이다. 반면 선수가 팀 위에 위치한다면 선수들의 재능은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에 지금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얼마나 신뢰 관계를 쌓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장이 폭로한 영상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박주호 위원이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안에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도 할 수 있다. 박주호 위원처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일들이 축구계에 더 일어나야 한다. 각자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나의 목표로 갈 수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제는 포용해서 더 나은 한국 축구로 발전해야 한다.

-자신을 향한 야유와 비난에 대해.

▶죄송하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내 실수로 떠나게 돼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울산에서 선수들, 팬들과 만나며 축구만 생각했던 시간이 좋았다. 얼마 전까지 응원해 줬던 팬들이 야유했는데, 내 책임이 크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 처용전사에 사과의 말씀 드린다.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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