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눈과 몇 개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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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눈과 몇 개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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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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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영화 러브스토리(Love Story)

눈 오는 날, 세상은 흑백 무성영화처럼 소리없이 움직인다.

그 차분하고도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종종 영화 속 명장면들을 떠올린다. 특히 눈싸움 장면은 사랑과 설렘이 뒤섞인체로 아슴아슴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참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몇 해째 포항에는 눈이 오지 않고 있다. 포항 앞바다 위로 몽글몽글 떨어지는 눈이 바다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감상적인 풍경을 그려본다.

겨울눈과 몇 개의 에피소드 첫 번째이야기로 영화 ‘러브스토리(Love Story, 1970)’의 눈싸움 장면을 중심으로 그 특별한 순간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눈싸움, 사랑의 시작을 알리다

어린 시절 눈이 내리는 날은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과 편을 나눠 눈싸움을 했다. 짓궂은 남학생들은 가끔 눈뭉치에 돌멩이를 넣고 뭉쳐서 여학생들에게 던지기고 하고 운동장에서 끝나야 할 눈싸움이 교실까지 따라왔다. 흥건히 젖은 교실 마루바닥을 본 선생님은 화를 내시고 또 몇몇의 남학생들은 혼쭐이 나기도 했다.

겨울 영화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눈싸움 장면은 단순히 추위와 겨울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눈싸움은 그저 눈 덩어리를 던지는 게임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이 흐르는 중요한 순간이다.

로맨스 영화의 고전 ‘러브스토리’는 바로 그런 영화 중 하나로, 사랑의 순수함과 아픔을 동시에 그려낸 작품이다. 단순히 두 사람의 로맨스를 넘어, 그들의 사랑이 가지는 의미와 그로 인해 겪는 고통을 보여준다.

영화는 아이스하키 경기장 관람석에서 주인공 올리버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What can you say about a twenty-five-year old girl who died?

That she was beautiful and brilliant?

That she loved Mozart and Bach, the Beatles, and me?

25살에 죽은 한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녀는 아름답고 총명했으며…

모짜르트와 바하를 사랑했고 비틀즈를 사랑했고…

그리고 저를 사랑했습니다.

주인공 올리버(라이언 오닐)와 제니(알리 맥그로) 두 사람은 신분도 배경도 다른, 그야말로 ‘극복할 수 없는’ 벽을 가진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빠져들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OST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테마곡 ‘Snow Frolic’은 55년이 지난 지금도 불후의 명곡으로 알려져 있다. 눈 내리는 겨울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순수하고 기쁜 순간을 음악으로 담아낸 테마곡으로, 그 경쾌하고 따뜻한 멜로디는 사랑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눈속에서의 놀이와 설렘을 그대로 전해준다.

또한 주제곡 ‘Where Do I Begin’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주제곡은 프란시스 레이가 작곡하고 칼 시그먼이 가사를 썼으며 앤디 윌리엄이 불러 사랑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그 안에 담긴 슬픔과 갈등을 동시에 표현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망설임처럼, 이 곡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과 함께 끝을 준비하는 아픔을 담고 있다.

바로 그 시작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혼란과 불확실함을 상징한다. 이 노래는 영화 속에서 올리버가 제니에게 보내는 마음의 고백이자,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특별하고도 동시에 고통스러운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곡은 사랑이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사랑 속에 존재하는 복잡한 감정의 층을 오롯이 담아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랑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고통을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제니는 암 투병 중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올리버는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되지만, 그들 사이의 사랑은 절대적으로 강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명 대사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 are sorry”

사랑이란 절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노트에 몇번이나 옮겨 적었던 대사로 동시대 여학생들의 눈물 샘을 자극했던 명대사였다.

지금도 가끔 되뇌어 보는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Love Story는 5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시간이 흐르며 영화의 감동은 더 깊어지고, 그 속에서 묻어나는 사랑의 순수함과 아픔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눈 내리는 겨울의 풍경 속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었던 사랑과 그 끝을 마주하며, 우리는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우리가 겪게 될 아픔마저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잔뜩 흐린 하늘, 오늘 밤 눈이 내리기를 바라본다.

김희동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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