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월 열린 월드컵 3차 예선 7·8차전 홈 2연전(20일 오만·25일 요르단)을 모두 1-1로 비겼다.
이번 두 경기를 모두 이겼다면 어웨이로 치러지는 3차 예선을 3개월 남겨 놓고 홀가분하게 월드컵 본선을 조기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달아 무승부에 그치면서 9·10차전이 열리는 6월까지 피 말리는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맥 빠지는 무승부를 거둔 결과도 아쉬웠지만, 2연전 내내 잔디와 부상 등이 더 화제가 될 만큼 어수선했던 공기 역시 쓰라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를 이유로 이번 2연전을 고양종합운동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수도 서울에 위치한 6만명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을 포기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체 구장 잔디도 좋지 않았다. 고양종합운동장은 선수들이 공을 한 번 찰 때마다 땅이 파였고, 디딤발이 미끄러졌다. 선수들은 경기 도중 엉망이 된 흙더미를 재정비하느라 바빴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오만전 전날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한 뒤 정승현(알와슬)이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고, 오만전에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발목, 백승호(버밍엄)가 허벅지 뒤 근육을 각각 다쳐 실려 나갔다.
잔디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한 선수는 “경기 직후부터 평소와 달리 근육에 문제가 오는 게 느껴졌다. 도전적인 경기로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었으나 그럴 때마다 (잔디 문제로) 부상 위험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한국은 오만전 전후로 3명의 선수를 잃었고 그 여파가 요르단전까지 지속돼, 안방서 100%의 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다.
큰 영향을 준 이슈다 보니 대표팀 훈련, 기자회견,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의 이야기나 전술적 고민 대신, 잔디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됐다.
이재성(마인츠)은 “경기 전날에도 잔디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사실이 슬프다”면서 “홈구장이면 우리에게 이점이 있어야 한다. 잔디 등 그라운드 환경에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요르단전을 마친 뒤에도 어쩔 수 없이 잔디에 관한 질문과 답이 오갔다. 주장 손흥민이 “아주 작은 차이로 승점 3점이 승점 1점이 될 수도 있다. 선수뿐 아니라 모두가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며 작심 발언을 한 뒤 “원정이 홈보다 더 성적이 잘 나오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연전 승리로 월드컵 11회 연속 진출에 성공할 경우에 대비해, 요르단과의 8차전에서는 작은 ‘축하 세리머니’도 준비해 놓았다.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도 4만1532명이 합작해 만든 “가보자고 2026” 등 대형 플래카드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정작 2연전을 가득 채운 건 잔디 문제로 생긴 잡음과, 그로 인해 얻은 ‘상처뿐인’ 2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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