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건초
  • 김용언
연해주 건초
  • 김용언
  • 승인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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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이광수는 생전에 소를 사랑한 것 같다. 그의 우덕송(牛德頌)을 읽다보면 그런 느낌이 확 다가온다. 그 한 대목만 옮겨본다. “세상을 위하여 일하기에 등이 벗어지고 기운이 지칠 때에, 마침내 푸줏간으로 끌려들어가 피를 쏟고 목숨을 버려 사랑하던 자에게 내 살과 피를 먹이는 것은 더욱 성인의 극치인 듯하여 기쁘다. 그의 머리에 쇠메가 떨어질 때, 또 그의 목에 백정의 마지막 칼이 푹 들어갈 때, 그가 `으앙’하고 큰 소리를 지르거니와, 사람들아! 이것이 무슨 뜻인 줄은 아는가. `아아, 다 이루었다!’하는 것이로다.”
 소는 우리 농촌에서 `생구(生口)’로 일컬어진다. 머슴처럼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해준다는 뜻이다. 연전 구제역이 한바탕 휩쓸었을 때 안타까운 작별을 숱하게 지켜봐야 했다. 평생을 주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누렁이’ `이러’와 헤어지는 농부의 애끓는 눈물이었다. 언젠가는 굶어죽은 소의 사체를 지자체 경계 지점에 내버려 어느 쪽 소인지 관심거리가 된 일도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하는 폐업지원사업에 참여한 농가수가 경북이 가장 많다고 한다. 경북지역 한우농가 2971가구에서 사육 포기한 한우가 5만264마리다. 앞으로 5년 동안 소를 키우지 않는 조건으로 농가가 받는 지원금은 수소 81만1000원, 암소 89만9000원이다. 자식과 다름없이 키워온 소를 포기하는 것은 치솟는 사료 값을 감당하기 힘겨워서다.
 포항시가 러시아 연해주 지역 조사료(건초) 생산·수입에 앞장 서온 지 벌써 5년이나 지났다. 올해는 230톤을 들여올 계획이다. 이 가운데 지난 25일 들여온 물량이 138톤이다. 내년에는 5000톤 넘는 조사료를 생산해 들여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배면적도 800㏊ 넘게 늘릴 생각이라고 한다. 사료 값을 감당못해 굶겨죽이고, 사육을 포기하는 현상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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