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경험
  •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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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언
  • 승인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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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오래된 일이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던 새내기 부부가 악천후로 집에 돌아오질 못해 애먹었던 일이 생각난다. 이들은 물론 돌아올 비행기 편까지 예약하고 떠났지만 막상 돌아오려고 하니 하늘길이 막혀 속을 끓여야 했다. 섬 여행을 떠났다가 악천후에 골탕을 먹은 사람은 이들 말고도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사람들은 하늘길도 끊기고 바닷길도 막혀 오도가도 못한 채 속만 끓이게 마련이다. 관광지에 갔다가 발이 묶여버렸으니 얼마나 좋았느냐고 놀림도 받지만 그 마음은 놀리는 사람이 먼저 안다. 하늘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도하며 빌 수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낙망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고전 -완판본 춘향전’을 보자. “우지마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가 있나니라, 네가 나를 어찌 알고 이러타시 서러하냐. ”

 최근 울릉도에 왔던 국토교통부 공무원 일행이 악천후에 닷새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울릉공항 건설예정지인 사동항 일대를 둘러보기 위해 현지에 왔다가 골탕을 먹은 셈이다. 그러나 울릉도민에게는 이들이 겪은 곤경이 도리어 복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현장 경험이 갖는 무게를 말함이다. 기상이 나빠지기만 하면 뱃길이 끊기는 울릉도의 현실을 똑똑히 보고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몸으로 겪어보는 것만큼 확실히 아는 길은 없다. 백 번을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누구나 잘아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경북도민일보는 `울릉공항 건설 하늘이 도왔다’는 제목을 붙여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천우신조(天佑神助)라는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빙긋 나왔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기도 하다. 주민들로서는 공무원들의 경험에 제갈량의 동남풍 같은 약발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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