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담장 밖에 심어둔 들국화가 꾸준히 뿌리를 뻗어 세력권이 제법 넓어졌다. 지난해 12월엔 늦게까지 꽃을 피워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더니 몰아닥친 동장군의 위세에 눌려 결국 고개를 꺾고 말았다. 줄기엔 아직도 말라죽은 꽃잎이 붙어있는데 그 뿌리에서 새싹이 나오더니 제법 키가 자랐다. 설 연휴께 벌어진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설 연휴동안 날씨는 계절을 착각하기에 딱 좋을 정도였다. 한겨울인 1월 하순에 낮 기온이 20℃를 웃돌았으니 “망년 난 화초”라고 핀잔을 줄 처지도 못됐다. 얼음장 밑으로 봄이 오는 소리를 흘려보냈을 실개천도 있을 것 같다. 겨울 속의 봄은 땅 밑 들국화 싹을 밀어 올렸다. 그것들이 또 얼어 죽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오늘부터 기온이 곤두박질친다지 않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조금씩 조금씩 번지더니 이제는 경남 밀양의 의심신고도 고병원성으로 판명났다. 이제 경북은 포위망 안에 갇힌 처지와 다를 게 없게 돼버렸다. 때문에 남으로는 부산·밀양과, 북으로는 충북 진천·음성과 가까운 지역 농민들이 더욱 속을 태우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훤히 보인다. 한 겨울 속의 재난이라면 구제역 파동을 잊을 수가 없다. 살아 있는 `누렁이’와 `이러’를 산 채로 파묻어야 했던 재앙이었다. 이젠 조류인플루엔자가 겨끔내기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덩이로 내몰리는 오리떼 사진. 저 죽을 자리인 줄이나 아는지….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