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설설 긴다’고 하면 두려움에 가득차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이 떠오른다. 고양이 앞의 쥐같은 모습이다.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하면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그러나 목숨 걸고 달려드는 것이라면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동해안 일대는 `눈폭탄’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어쩌다 한번 맞아도 피해가 막심한 판에 1주일 안팎 계속 쏟아져 내리는 신기록 앞에서는 두손 들고 말았다. 이 심술궂은 눈폭탄은 내릴 곳, 안 내릴 곳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무차별이다. 사람도, 자동차도 설설기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눈이 많이 내려 길이 얼음판이 되고나면 `설설(雪雪)긴다’는 제목이 가끔 신문에 등장한다. 이번엔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야말로 `눈위에 서리친다’는 재앙이 현실이 된 마당이다.
청소차가 제설차로 변신한 트랜스포머가 포항의 `명물’이 됐다. 2011년 눈폭탄에 혼쭐이 난 뒤 태어난 작품이다. 얼마나 다급하면 청소차에 삽날을 달아 제설차로 쓰느냐고 하겠지만 한가로운 소리다. 그만큼 포항은 눈천지다. 김광균의 `설야’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이렇게 얌전하게 내리는 눈이라야 기다려라도 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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