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남극의 눈보라 속에서 최후를 맞으며 생생한 기록을 남긴 이는 영국인 스콧 대령 이다. “읽고 나서 영국으로 가져가 주시오.” 1911년 아문센의 남극점 선착 경쟁자였던 스콧이 일기장 위에 남긴 문구다. 스콧은 영하 4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 눈보라에 갇혀 9일 동안 버틴 것으로 기록돼있다. 그러나 똑같은 환경에서 아문센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물샐 틈 없는 생환준비가 갈림길이었다.
최근의 `눈폭탄’에 혼쭐난 지역은 강원도와 경북동해안 일대다. 날마다 쏟아지는 눈치우기에 파김치가 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지붕에 쌓인 눈은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 때문에 눈 무게에 눌려 주저앉은 `비닐하우스’가 수두룩하다. 우리들끼리는 `비닐’도 거추장스럽다는 듯 `하우스’로 통하는 시설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plastic greenhouse’라고 써야 제대로 된 영어라고 말한다.
경주 리조트와 같은 PEB공법으로 지은 건물이 주저앉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눈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면 균형 잃은 구조물이 돼버려 일어나는 사태다. 이제는 지붕에 쌓인 눈 치우기가 다급한 일이 돼버렸다. 아문센은 환경에 적응해가며 살아 돌아올 방도를 챙겼다. 방한복 대신 짐승의 털가죽옷을 입었고, 허약해진 썰매 개를 식용으로 활용해 추위와 맞섰다. 곳곳에 식량 저장소도 예비해 두었다. 남극의 눈보라 속에서 치밀하게 대처한 아문센의 슬기가 새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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