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설 불균형
  • 김용언
적설 불균형
  • 김용언
  • 승인 2014.0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정월달 끝에 가서 눈이 내렸다. 북쪽 어두운 바다 위에로 거대한 구름송이가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흰 눈송이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하룻밤 사이에 벌판 전체가 묻혀 버렸고, 아침이 되어보니 나무들은 모두가 이 얼음 거품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G.모파상의 작품 `여자의 일생’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작가의 이름만 가리고 읽으면 떠오르는 게 있다. 최근 동해안 일대를 강타한 `눈폭탄’의 시작도 이랬을 것이란 생각이다. 길가로 치워놓은 눈이 길을 넘고, 누적 적설량이 2m 가까웠으니 폭설도 이만저만한 폭설이 아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 겨끔내기로 내린 것도 아니고 열흘을 내리 퍼부었으니 기상관측 역사에 남을 한 장면이 될 것 같다. 그것도 평소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편인 경북지역이 눈폭탄에 강타 당했으니 이변이 따로 없어 보인다.

 이번 동해안 일대 눈폭탄은 이상기후 현상의 한 단면이다. 포항, 경주를 비롯한 경북  동해안 일대가 눈이라고 하면 넌더리를 낼 지경이 된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바닷가를 벗어나 경북 내륙으로 들어가면 `겨울가뭄’현상이 한 눈에 잡힌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2년째 경험하는 겨울 가뭄현상이다.
 보도된 사진을 보니 댐의 저수율이 확 낮아져 바닥을 드러낸 곳도 있다. 경북 북부라고 해도 봉화가 다르고 안동이 다르다. 안동일대는 지난 21일 현재 강우량이 18.5㎜에 지나지 않는다. 의성은 12.4㎜라고 한다. 물기 많은 습설(濕雪)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른 곳에서 들으면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강우량만 적은 게 아니다. 그렇다고 눈이라도 많이 내린 것도 아니다. 경북 북부 산간지대는 눈발만 비치다가 그만둔 곳이 수두룩한 모양이다. 그러니 눈이 쌓일 일도 없거니와 눈치우기는 그야말로 남의 일이다. 한마디로 적설량 불균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병희 부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편집인 : 정상호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