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마수걸이에 매우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하루의 장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거래가 성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덩어리를 크게 생각하면 첫 거래도 되겠고, 하루의 운수를 미루어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마수도 못했다”고 하면 슬그머니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지역이 낳은 `글쟁이’ 김주영의 `객주’에도 이 마수걸이가 나온다. “농이시겠지요. 잔술을 팔아 겨우 이문을 남기는 터수에 엄대 긋는다니, 그건 체모에 손상 입으실 일은 아닙니까요? 마수걸이에 재수 없는 말씀 그만 하시오.” 엄대는 외상거래에서 물건 값을 길고 짧은 금으로 새긴 막대기라는 게 국어사전의 뜻풀이다.
작은 일 같지만 결코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젖먹이에게까지 요금을 물리려드는 자세는 손님에게 소금을 뿌리는 짓과 다름이 없다. 자랑스러운 시설이 들어설 동빈내항 구조물이 푹 꺼져있는 모양은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서둘러 바로 잡아야 할 일이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마냥 너그러울 수는 없다. 마수도 못했는데 기쁜 일이 앞서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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