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 김용언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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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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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몇 년 전 은퇴한 K씨는 시골에 밭뙈기를 마련해 초보 농민으로 변신했다. 양파도 심고 마늘도 심었다. 지금 농촌에서는 양파 값이 뚝 떨어져 난리가 났지만 그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돈을 벌려고 짓는 농사가 아니어서다. 이웃들에게 나눠도 줬지만 그다지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더라며  희죽 웃었다.
 그는 올여름에 들깨를 여섯 차례나 심었노라고 했다. 가뭄 탓에 심으면 말라죽어 `땜질’을 안할 수가 없어서였다. 들기름을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그이지만 이제는 두손들었다고 했다. 가뭄과 끈기 싸움을 벌여봤지만 한계를 느낀 까닭이다. `가물에 콩 나듯’이 아니라 이제는 `가물에 들깨 나듯’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그만큼 가뭄이 극성이다. 김말봉의 `찔레꽃’에서 가뭄의 참상을 한 대목 옮겨 적는다. “각일각으로 낮아지는 기압은 당장에 폭우가 쏟아질듯이 무더웁던 밤도 해가 돋을 무렵이면, 하늘은 파아란 거울처럼 틔었다. 연일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실망과 탄식을 안은 채 이 날도 불덩어리 같은 해가 이글이글 대지를 내리쪼이기 시작하였다. 후끈후끈 반사열을 뿜어내는 고층 건물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들은 붉게 상기되고 타액이 마른 입술들이 잿빛으로 타들어가는 오후 두 시.”
 경북도내 저수지들의 수위가 뚝 떨어지고 있다. 평균 저수율이 50%를 겨우 넘기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유효저수량 또한 2억4000만톤을 겨우 넘기는 형편이다.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다. 댐이라고 다를 게 없다. 낙동강물의 온도도 오르고 있다. 때문에 `녹조라떼’도 기승이다. 유해 남조류 뿐만이 아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큰빗이끼벌레’란 것이 시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농사짓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게 경북도 관계자의 말이라고 한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 장담도 8호 태풍 `너구리’처럼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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