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봄철을 다시 맞고 있다. 사람의 실수가 자칫 대참사로 이어지는 게 큰불의 정해진 틀로 굳어진지 오래다. 수년 전 어린 학생의 불장난이 대형산불로 번졌던 포항 용흥동 화재사고가 생생한 사례다. 한마디로 인재(人災)다. 뿐만 아니라 천재지변이 일으키는 재난도 있다. 산업폐기물 더미에서도 자연발화하기도 한다. 이렇듯 화재의 양태는 갖가지다.
해마다 봄철이 되면 산불을 조심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진다. 등산·성묘객들도 주의해야 하지만 농민들 또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 해 농사 시작에 앞서 논두렁·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일이 잦다. 지난해 가을걷이를 하면서 처리하지 못한 풀더미와 농사쓰레기를 태우기도 한다. 이런 처리방법이 자칫 산불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가 목적이지만 그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불에 타죽는 병해충은 10% 남짓하고 나머지는 익충(益蟲)의 소멸에 그치고 만다는 설명이다.
자연발화 또한 경계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사람이 불을 놓는 것이지만 자연발화는 글자 그대로 저절로 일어나는 불이다. 산업폐기물 또는 화학물질 따위의 발열이 축적돼 불이 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8월 중국 텐진항 폭발사고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사례의 하나다. 국내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이런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포항·경주 같은 산업도시에서 자연발화가 잦은 사실은 유념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자연발화는 짧은 기간에 꺼지지도 않는다. 몇 날 며칠씩 불타가며 피해를 입힌다. 때문에 자연발화를 미리 막는 일이야말로 사람의 몫이라 할 수밖에 없다.
대형 화재는 작은 불씨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불씨는 사람의 손놀림이 시발점이기 일쑤다. 누구를 가릴 것없이 불조심은 생활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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