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지원 요청
경북 등 지방의 의료 현실 열악
수도권 대형병원 진료 불편가중
의료자원 배분정책 추진 목소리
지역 의료서비스 획기적 개선과
첨단 바이오산업의 활성화 위해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 시급
의료자원 배분정책 추진 목소리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23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우동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고 지역 현안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경북의 열악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만큼 연구중심의대와 연계한 스마트병원 설립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을 이끌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 지원을 당부했다.
이 시장의 말대로 수도권에 비해 지방 의료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벼운 질병이나 부상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까지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해 지방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025학년도 입시 때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자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의협이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복지부도 공감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이 강력 반발했다. 이들 의원들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충 문제를 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 협의체에서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의협에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 도중 관련 질의를 받고 “앞으로 인원 추계 절차 등에서 의사단체 외에 환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별도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지역의대 신설 요구가 많다”면서 “의대 정원 확충 과정에서 (지역의대 설립 문제를) 같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2월 3일 포스텍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이어 같은 달 27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KAIST와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토론자들이 “이공계 우수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KAIST와 포스텍에서 꾸준히 (연구 중심 의대 설립 허가를) 요청해 왔는데 숨통을 틔워 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이공계 우수 인력의 의대 쏠림 현상은 심각하지만 정작 필수의료 분야나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는 의사과학자는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의사과학자는 약 1300명으로 전체 의사 수의 약 1.2%에 불과하다. 한 해 배출되는 의사과학자도 30명 가량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의사과학자 양성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신종 감염병이나 희소병 치료제 개발 등 첨단 의학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도 보건복지부에 보낸 ‘의대 정원 증원 협조 요청’ 공문에서 첨단 바이오산업 등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선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계획적인 보건의료자원 배분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차원에서 열악한 지역 의료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을 견인할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은 시대적 과제다. 미룰 이유가 없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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