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과 추모공원
  • 모용복국장
고려장과 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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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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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추모공원 조성 추진
7개 마을 후보지 유치 신청
 
장례시설은 20% 정도 불과
나머지 주민 친화시설 건립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 통해
삶의질 개선·지역발전 도모
 
일부 찬반논란 조속 봉합돼
명품 추모공원 시민 곁으로

1999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는 일본판 고려장을 소재로 한 영화다. 나라야마(楢山)는 산 이름이고, 부시코(節考)는 노래라는 뜻이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식량 부족으로 70세가 된 노인은 나라야마산에 산 채로 버리는 풍습이 있는 산골마을. 69세가 된 다츠헤이의 어머니 오린은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순응하며 나라야마산에 갈 준비를 한다. 건강한 노인 오린은 자식과 마을사람들에게 자신이 죽을 때가 되었을 만큼 쇠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이빨을 돌절구에 부딪쳐 깨버린다.

그해 가을, 마을에 흉년이 들어 식량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마을사람들은 도둑질한 일가를 생매장시킨다. 다츠헤이는 내기를 하다 감자를 잃고, 오린은 아들을 채근하여 나라야마산으로 향한다. 다츠헤이는 나라야마산의 정상에서 삶을 마감하는 노인은 천국에 간다는 믿음으로 어머니를 업고 발톱이 빠지도록 산길을 오른다. 산 정상부에 다다르니 이미 죽음을 맞은 노인들의 주검과 수많은 백골이 눈에 들어온다. 차마 어머니를 홀로 둘 수 없어 가던 길을 되돌려 다시 달려오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아들을 돌려보낸다. 집에 돌아온 다츠헤이에게 아들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는 운이 좋아. 눈이 오는 날 나라야마에 갔다네.” 그의 가족들은 이미 오린의 옷을 나눠 입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은 눈으로 덮였다.

고려장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일본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 영화제목도 ‘고려장’(高麗葬·1963년 개봉)이다. 일본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라야마 부시코’에서는 노인을 버리지만 ‘고려장’에서는 부모를 버리지 못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같은 풍습에서도 두 나라 간 윤리의식과 가족애의 확연한 차이를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고려장이 우리보다 일본에서 행해진 풍습임을 짐작케 한다.

고려장은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고 하는 장례 풍습으로 효(孝)를 강조하는 일부 설화에서 전해지지만 필시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본이 우리 역사를 날조했는데 고려장도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사적 사실을 찾아볼 수 없고 중국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우바스테야마’라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어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도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고려장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우리보다 일본에서 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고려장’ 대신 ‘일본장’이라고 불러야 옳지 않을까.


사실이든 아니든 고려장 설화에서 예부터 죽음은 두려운 존재요, 되도록이면 주검은 인간의 삶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이나 산봉우리에 격리시키길 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념은 비단 ‘호랑이 담배 필 적’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

포항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추모공원 후보지에 7개 마을이 유치 신청을 한 가운데 시는 상반기 내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33만여㎡ 규모로 조성되는 종합장례공원에 화장장 등 장례시설은 20% 정도에 불과하며, 장례시설의 4배에 달하는 공간을 주민 친화시설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원, 전시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시설이 들어선다. 또 추모공원 예정지로 선정된 마을에는 대규모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추모공원은 화장장이나 자연장 주변에 녹지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시설을 조성해 시민들이 휴식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일반 주택가보다 주변 환경이 더 쾌적한 추모공원을 조성해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추모공원을 기피시설로 인식해 입지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 포항시가 추진 중인 추모공원에 대해서도 일부 유치 신청지역에서 주민 간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 최종 선정까지 포항시, 찬반 주민간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추모공원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추모공원은 현대화된 친환경 시설인 만큼 명품장례문화공원이 들어서면 공원화사업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막대한 인센티브 지원으로 어려운 지역경제에 단비같은 역할로 비약적인 지역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추모공원을 유치하는 지역에는 주변지역 경제활성화 등 지역 주민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를 출산하려면 진통의 시간이 필요하듯 큰 일을 앞두고 주민들간 갈등을 잘 봉합해 포항시민에게 꼭 필요한 추모공원을 만들었으면 한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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