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한 끼는 놀랍게도 사막 한복판에서 만들어주었다. 낙타와 사람이 하루를 묵는 숙영지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었다.
대신 모래 속에는 낙타가 쉬면서 배설한 똥이 건조되어 있었다. 모래를 한 줌 쓸어내면 바싹 말라 가벼워진 낙타 똥이 딸려 온다.
이렇게 만든 화구에서 짜파티와 야채커리가 그날의 저녁이었다. 사막의 밤하늘에는 하얀 소금을 뿌린 듯 별빛이 가득했다.
이제 우리나라 시골에서도 가스버너를 사용한다. 이젠 가스의 시대에서 전기시대로 들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이미 유럽은 주방에서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곳들이 꽤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스페인의 한 레스토랑에선 가스 대신 인덕션 버너로 모든 요리를 준비했다. 프랑스의 한 해산물 식당에서도 가스버너를 볼 수 없었다.
인덕션은 메탄가스 방출도 없고 화구 옆으로 새는 에너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주방의 실내 온도는 한결 쾌적하다. 딱 요리에 필요한 부분에만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유럽을 보고 오니 미국과 유럽의 차이가 느껴졌다. 전기와 인덕션으로 전환을 마친 유럽과 달리 미국은 두 종류의 에너지를 함께 쓰는 과정이 많았다.
내가 일했던 뉴욕의 주방에서도 빠르게 데워 나가는 쪽은 인덕션으로 하고 복사열이 필요한 부분은 가스화구로 서비스하고 있었다.
최근 에너지 위기로 전기로 전환한 유럽의 레스토랑들은 최근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 달 전기요금 인상이 두배로 뛰었다는 기사에 놀라게 된다.
사실 음식은 끓이는 것보다 식히는데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유럽의 정육점들이 에너지 가격 인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각종 고기류를 보관하는 냉각시설은 1년 내내 가동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뜨거운 국물음식은 보관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그날 쓰고 남은 국물은 다시 끓였다가 차게 식혀야 한다. 4℃ 이하로 식히는 데는 보통 냉수가 가득 담긴 대형 싱크대에 뜨거운 국물이 담긴 솥을 넣어 온도를 낮춘다. 상황에 따라 얼음을 가득 채워 주기도 한다.
한때는 이번 달 가스비나 전기료 고지서를 식당 문에 붙여 놓던 설렁탕집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맛있는 국물을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식당의 생존에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낙타 똥으로 한 끼를 때우던 사막에서처럼 꼭 필요한 정도만 버리는 것 없이 사용했던 마음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부터 소의 배설물을 고체로 만들어 제철소에서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 소똥의 10%를 연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이런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우리가 쓰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20여년 전 낭만으로만 여겼던 낙타 똥 주방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전호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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