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3연패. 결승전의 일등 공신은 ‘히든카드’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이었다. 결승전 막판 투입돼 5점을 책임진 도경동은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이 ‘작전’을 설계한 원우영 사브르 코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여러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잘 해주니 너무 좋아서 미칠 뻔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8), 박상원(24·이상 대전시청),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으로 이뤄진 한국은 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승전의 최대 고비는 6라운드였다. 줄곧 리드를 지키던 한국이 오상욱이 흔들리며 30-29로 추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한국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맏형 구본길 대신 ‘후보’ 도경동을 투입한 것. 도경동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 경기에 나선 순간이었다.
원 코치는 “상대 팀 세 번째 선수(크리스티안 라브)와 (도)경동이의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봤다. 무엇보다 경동이가 자신감이 있었다”고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줄곧 연습했던 ‘시나리오’는 7라운드가 아닌 8라운드 박상원의 자리에 도경동이 투입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즉흥적으로 작전을 바꿨다.
원 코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여러 옵션을 생각했다”면서 “헝가리가 이란과의 4강전에서 라브로 교체를 하는 것을 보고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했다.
원 코치는 “사실 경동이가 들어가기 전에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더라. 자신 있는 모습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면서 “그래도 5-0까지는 예상 못했다. 5-1, 5-2 정도를 생각했는데 정말 잘 해줬다”고 기뻐했다.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돌아온 도경동도 흥분상태였다.
원 코치는 “경동이가 들어오면서 ‘코치님 제가 믿으라고 했죠’라고 하길래, ‘뽀뽀라도 해줄까’라고 했다”면서 “경동이 덕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큰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원 코치는 “도경동은 워낙 성실한 선수다. 올림픽 준비할 때뿐 아니라 그전에도 훈련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잘 해줬다”면서 “키도 크고 스피드도 좋은 데다 인성도 좋은 아주 훌륭한 선수”라며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원 코치는 이날 금메달로 선수에 이어 코치로서도 올림픽 금메달을 맛봤다. 그는 3연패의 시작이었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당시와 이날의 기분을 비교해달라는 말에 원 코치는 주저없이 “오늘”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 때보다 코치로 땄을 때가 100배, 1000배는 더 기쁘다”면서 “선수 때는 나만 잘 하면 되는데, 코치로는 선수 전체를 챙기고 외부적인 운영까지 해야 한다. 힘든 게 더 많았기에 더 기쁜 금메달”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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