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는 지진으로도 유명하지만 전반적으로 기후와 지형이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북쪽을 향하는 반도형 지형인데 금문교를 위시한 다리 몇 개가 불편을 다 제거해 주어서 주변 지역들과 잘 연결된다. 도시 북쪽에 나파와 소노마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와인 생산의 90%를 담당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정치와 문화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다. 리버럴의 성지로 불린다. 1960년대 히피문화의 발상지다. 버클리대학교의 학풍에도 그 문화가 스며있다. 월남전 반대 시위도 가장 격렬했다. 지난 60년간 연속으로 민주당이 집권했는데 지지율이 80%를 넘나든다. 낸시 펠로시가 18선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 득표율이 85.3%였다. 로널드 레이건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과 대통령 시절에도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민주당 지역이었다.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는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이었다. 그전에는 13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검사 이력이 있고 이후 6년간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을 거쳤다. 그래서 해리스는 샌프란시스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체성의 보유자다.
해리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자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각도로 해리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정치적으로 가장 비중이 큰 포인트는 국경 문제와 샌프란시스코 시절의 족적이다.
해리스가 법무장관이던 2014년에 도입된 한 법령은 950달러를 넘지 않는 절도와 단순한 마약 소지를 경범죄로 처벌한다. 교도소 과밀과 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취지는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좀도둑과 노숙자 천국이 되었다. ‘좀비 시티’라는 별명도 생겼다.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집단 절도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검거된다 한들 겨우 경범죄인데 거칠 것이 없다. 이제 도심 공실률이 30%를 넘는다.
해리스는 전통적인 기준에 의하면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려운 이력의 소유자다. 지나치게 ‘진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검사 시절 활동은 본인도 내세우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경찰 예산을 삭감했는데 진보 정치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서 ‘캔슬 컬처,’ 워크(woke), DEI의 시대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그런 가치를 중시한다. 해리스는 그 조류를 상징하는 인물이고 고령의 트럼프는 반대쪽 끝에 있다. 트럼프는 벌써 해리스가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을 합한 것 같다고 공격한다.
가장 큰 선거 쟁점은 국경 문제다. 현 민주당 정권에서 미국의 남쪽 국경은 거의 붕괴된 상태인데 공화당측은 의도적인 것으로 본다.
2022년 한 해 멕시코인만 480만 명이 불법으로 들어왔다. 모두 캘리포니아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사실 캘리포니아는 원래 멕시코 영토였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도 각 70만이 넘었다. 명분은 인도주의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민자 증가가 향후 진보 정권의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 중인 미국은 향후 수백만명의 신규 노동력이 필요하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모두 이민자들의 후손인 미국인들은 적법 절차를 거친 이민에는 이의가 없다.
불법적 입국,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들의 입국이 문제다. 불법 이민들로 막대한 재정 부담도 발생한다. 정치적 망명 신청이 기각되어 송환되는 경우까지도 모두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뉴욕의 경우 망명 여부의 결론이 나려면 10년까지도 걸린다.
AI 붐을 타고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AI 관련 신생기업들이 테크타운 도심의 공실을 채워가고 있다. 1906년 대지진도 극복했던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홈에서 이길 때마다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재생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추억과 향수가 깃든 도시다. 미국 정치가 국민 통합적으로 가고 샌프란시스코도 옛 모습을 되찾으면 좋겠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