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수단이 역대 최악의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암울한 평가를 딛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놀라운 행보를 잇고 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역대 최소 규모의 인원이 파리로 향했으나 성과는 최대치에 가깝다. ‘소수정예 선수단’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벌써 3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두고 한국 선수단은 여자 탁구 대표팀(신유빈, 이은혜, 전지희)과 태권도의 이다빈(서울시청)이 나란히 동메달을 추가, 전체 메달 30개 고지에 올랐다.
11일 오전 기준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8개 그리고 동메달 9개로 딱 30개를 채웠다. 우리나라가 단일 올림픽에서 메달 30개 이상을 따낸 것은 2012 런던 대회(31개) 이후 12년 만이다.
대회를 앞두고 암울함에 가까운 안팎의 예상이 나온 것을 떠올리면 놀라운 성과다.
한국은 이번 대회 22개 종목에 선수 144명, 코치진과 임원 90명 등 총 234명을 파견했다. 150명 미만의 출전 선수 규모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50명을 파견한 이후 역대 최소 인원이었다.
한국은 1980년 모스크바 대회에 불참한 뒤 1984년 LA 대회 210명, 1988년 서울 대회 477명이 출전했다. 이후로도 2020 도쿄 올림픽까지 꾸준하게 200~30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는데, 이번에 크게 줄었다. 남자축구를 비롯해 배구와 농구 등 인기 구기종목들이 아예 본선 출전권을 얻지 못한 것을 포함,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를 목표로 내걸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양궁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한 것을 비롯해 2관왕 오상욱(대전시청)을 앞세운 펜싱은 ‘기대대로’ 한국의 메달밭이 돼 주었다.
2020 도쿄 대회에서 1개의 메달(은메달)에 그쳤던 사격도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과(금 3, 은 3)를 내며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배드민턴(안세영)과 태권도(김유진, 박태준) 등 다소 침체기에 빠져 있던 ‘왕년의 강세 종목’이 힘을 되찾았다는 게 반갑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한 것이 또 긍정적이다. 양궁, 사격, 펜싱, 태권도 외에도 유도(은 2, 동 3), 복싱(동 1), 수영(동 1), 탁구(동 2) 등에서도 시상대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이 거둔 성과는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냈던 1988 서울 올림픽(금 12, 은 10, 동 11)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성적이다. 당시 한국에서 대회가 열려 개최국 이점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파리에서의 성과는 더 크게 느껴진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막판 좀 더 힘을 낸다면 자국 외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금 13, 은 11, 동 8)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제 근대5종 여자부와 역도만을 남겨 뒀는데,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출전한다. 근대5종 여자부에는 세계랭킹 1위 성승민(한국체대)이 나서고 ‘제2의 장미란’이라 불리는 역도 간판 박혜정(고양시청)도 메달권이다. 두 선수가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최대 32개 메달을 수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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