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2023년 기준 73%)과 더불어 평균 입직 시기가 30세 전후로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학생일 가능성이 많은 15~29세 연령대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30~39세로 연령대를 높여 보더라도, 2014년 기준 쉬는 청년(‘청년기본법’상 청년의 기준이 34세까지임을 고려하면, 35세 이상은 쉬는 중년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의 비율이 2.2%이었던 것이 2024년 4.2%로 늘어나, 그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찍이 일본에서는 니트 청년의 증가가 사회문제가 된 바 있으며, 그 영향이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즉,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로 적기에 취업을 하지 못하였던 청년들이 이삼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생활을 함께하는 중년 니트족으로 남아있는 문제이다. 이는 ‘8050문제’(80대 부모가 50대 미혼 자녀 생계를 책임지는 현상)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수입이 없으므로 정상적인 소비가 어려우며, 조세 부담도 없다. 또한 곧 그들이 노년층에 접어들게 되면 사회보장과 관련한 지출이 증가할 우려도 크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도 ‘취업빙하기세대 대상 공무원 채용’ 등 일자리 정책을 통해 2019년부터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으나, 효과는 미미하고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다.
일을 하고 있지도,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는 니트 청년이 증가하는 것은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첫째, 일자리 미스매치의 심화다. 즉,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의 대다수가 대학 졸업자인 반면, 그에 비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소위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의 비중은 크게 변화가 없으므로,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고졸 이하 니트 비율은 낮아지고, 대졸 이상 학력자의 니트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은 이러한 미스매치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다. 둘째,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맞물려 있을(경력 정규직, 무경력 비정규직) 가능성이 높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 및 사회적 압박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니트 청년 증가 요인의 전부로 보이지는 않는다. 쉬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부가질문에서 ‘일하기를 원했느냐’라는 문항에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5.6%(33.5만명)로 나타났다. 구직 의사 자체가 없는 청년이 이 정도나 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여기에는 청년층의 ‘일’이나 ‘미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여년 사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 프리터(Freeter,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족 등의 신조어들이 다수 탄생했다. 과거, 연봉은 많지 않더라도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일’을 선호하여 공무원 및 공기업 취직 붐이 한창이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와 함께, 청년들의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선호도 크게 바뀌었다. ‘가족과 출산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라고 응답한 미혼 여성은 2015년 기준 39.7%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그 비율이 25.4%로 크게 줄었다. 미혼 남성의 경우에도 2015년 60.8%에서 2021년 43.9%로 줄었다. 자녀에 대한 선호는 어떠한가? ‘자녀가 있는 것이 낫다’ 또는 ‘꼭 있어야 한다’라고 응답한 미혼 여성의 비율은 2015년 68.4%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그 비율이 39.5%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미혼 남성의 경우 80.5%에서 56.8%로 감소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결혼 및 출산 계획을 가진 청년들이 줄어듦에 따라, ‘미래’를 위한 자산 형성 및 소득 활동의 필요성도 감소한 경향이 있을 것이다.
청년의 ‘일’에 대한 인식은 환경적·제도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소위 말하는 ‘잘 사는(혹은 먹고 살 만한)’ 부모 세대 아래에서 충분한 관심과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다. 사교육과 더불어 ‘헬리콥터맘’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아이에게 무한의 관심을 쏟는 부모가 옆에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풍족한 이들은 생활 패턴도 중산층 부모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쟁에 뛰어들어보니, 경력이 없는 조건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경력을 따지지 않는 인턴이나 단기 일자리를 첫 직장으로 삼는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능력’에 비해 주어지는 일은 단순한 보조의 역할이고, 게다가 임금은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로부터 얻는 성취감이나 자아실현 정도가 개인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쉬는 청년 중에서 부모로부터 연간 6000만원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는 비율이 3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종 주변에서 ‘이번 계약이 끝나면 실업급여를 몇 개월 받고 나서 일자리를 찾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의도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시기를 늦춘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최저임금의 80% 수준을 수급할 수 있으므로 당장의 근로유인이 크지 않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인데, 활용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눈치다. 수급한 실업급여를 구직활동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구직 시기를 늦출 의도가 있었던 이들은 해외여행을 결심하곤 한다. 이러한 루틴이 몇 회 반복되는 경우도 다수이다. 실제로도,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는 2019년 8.6만명에서 2023년 11.0만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는 실업급여 중복수급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국회에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논의중이다. 제도 본연의 기능에 맞도록 쓰이기 위함이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대상자가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는 없을지 고심은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 및 고령화 추이, 이와 더불어 나타나는 지역의 인구유출 문제와 지역소멸, 이 모두를 한꺼번에, 그것도 급격하게 겪고 있다.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이 모두는 서로 얽혀있다.
이러한 급변기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주체는 청년 세대가 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근로유인을 높이고, 더 나아가 결혼과 출산을 포함한 인생과 미래를 설계해 봄 직한 사회환경 및 사회구조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 청년 수당 정책 등을 단편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큰 그림’을 갖고 유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안수지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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