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즐거움-이민진의 ‘파친코’1, 2권
이번 여름은 지독하게 더웠고,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중, Apple TV에서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를 각색한 드라마 1부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2022년 3월에 첫 선을 보였으며, 최근 2부가 시작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민호, 김민하, 윤여정 등 재능 있는 출연진과 디테일한 시대 설정, 정교한 의상, 강렬한 음악이 제작 가치를 높이고 있다. 동영상을 찾아보던 중 답답증을 이기지 못하고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16일 오전, 서점에서 ‘파친코’ 1권과 2권을 구매했다. 차례 음식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읽기 시작했고, 17일 새벽 2시까지 책에 빠져 읽었다. 이후 19일 저녁에는 2권까지 모두 완독했다.
이민진의 ‘파친코’는 한일 관계와 이민자의 삶을 다룬 감동적인 이야기로, 201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현재 전 세계 33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소설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말 까지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삶을 서사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재일 한국인들이 직면한 복잡한 관계와 체제적 투쟁을 배경으로, 정체성과 사회적 편견, 존엄성 추구의 문제를 다룬다. 소설의 제목인 ‘파친코’는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들의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일 한국인들이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전후 일본 사회에서 재일 한국인들은 차별과 경제적 불이익을 겪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파친코와 같은 도박 사업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했고, 파친코는 그 커뮤니티 내에서 중요한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파친코는 일본 문화의 일부분으로, 이를 통해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주인공 선자는 부산 영도의 가난한 어부의 딸로 일본에서 온 남자 고한수와의 만남으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 선자는 미혼모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백이삭으로부터 결혼 제안을 받아 일본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삶은 극도로 힘든 여정이었다.
이 소설의 강점은 풍부한 캐릭터들이다. 작가는 개인적인 투쟁과 승리가 문화적, 역사적 맥락과 얽혀 있는 다차원적 인물을 창조했다. 선자는 강인함과 연민으로 묘사되며, 그녀의 후손들의 이야기는 한일 관계의 복잡한 역사를 조명한다. 그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생존을 위해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고, 이는 도덕적 딜레마를 동반한다. 특히 아들 노아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큰 혼란을 겪으며 일본 사회에 적응하려 하지만, 끊임없이 내면적 갈등을 느낀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삶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과 도전에 대해 많은 불확실성을 경험한다. 이들은 종종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하며, 이러한 점이 도박성이 짙은 파친코 게임의 본질과 유사하다.
파친코는 운에 의존하는 게임이지만, 동시에 전략과 기술도 필요하다.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성공은 운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민진 소설가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노력과 우연이 어떻게 맞물려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선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일본으로 이주하는 등 위험을 감수했다. 이는 도박에서 큰 배팅을 하는 것과 유사하며, 그녀의 결정이 가져오는 결과는 종종 극적이다.
도박은 승리의 희망과 동시에 패배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소설의 인물들은 삶의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때로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며,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적 기복은 도박의 결과처럼 전개된다.
결국, 파친코는 인생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도박의 메타포를 통해 보여주며, 각 인물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Apple TV의 드라마는 이민진의 소설을 충실하게 표현하며, 주인공들의 감정의 깊이와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젊은 선자 역의 김민하와 한수 역의 이민호의 연기는 캐릭터의 경험에 깊이를 더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이 시리즈의 정서적 울림과 역사적 맥락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노아의 캐릭터는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양쪽 모두에게 소외된 존재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독립운동을 하다 죽은 지식인이자 일본 초기 기독교 목사인 이삭을 존경했으며, 꿈꾸던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친부인 고한수를 부정하고 싶어했던 그는, 고한수의 지원을 부끄러워하며 갈등을 겪는다.
대학을 그만두고 나가노의 삶은 일본인으로 동화된 삶이었고 그 상황에서 15년만에 엄마 선자와의 만남은 그가 일본인 처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의 비극적인 결말은 파친코의 전체적인 주제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파친코’ 에서 가족은 혈연 이상의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가족은 단순히 피로 연결된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자 정체성의 근간이다.
이민진 작가가 파친코의 마지막 3부를 쓰고 있다는 소식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결말과 희망을 제시할지, 또한 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변화할지를 기대해 본다. 소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김희동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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