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인사시스템이 있기는 한가
  • 손경호기자
대통령실 인사시스템이 있기는 한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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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 갈등이 ‘치킨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치킨게임’은 두 사람이 충돌을 불사하고 서로를 향해 차를 몰며 돌진하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게임에서 유래한다. 둘 중 하나가 핸들을 꺾지 않으면, 충돌해 둘 다 죽게 된다. 둘 중 하나가 핸들을 꺾으면, 다른 운전자는 승리자가 된다. 이때 핸들을 꺾은 사람이 치킨이 된다. 즉, 치킨은 겁쟁이(coward)란 뜻이다. ‘겁쟁이 게임’으로 번역되는 이유다.

여권에 일명 ‘김대남 녹취 폭탄’이 투하되며 여당 내부가 어수선하다. 당대표인 한동훈 대표를 직접 겨냥한 ‘공격사주’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대남 씨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공격사주는 친윤계에 의한 한동훈 제거 작업이라고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은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녹취는 김 씨가 이 씨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동안 총 5시간가량 통화한 내용이라고 한다. 문제는 서울의소리에서 활동하는 이 씨는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와 7시간가량 통화하고 그 녹음 파일을 MBC에 제보해 보수 쪽에서는 기피(?)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전달하며 몰카로 촬영한 사건과 관련해 디올 백을 직접 구입해 최 씨에게 전달하고 해당 영상을 공개한 장본인이다. 최근까지 ‘김영란법’ 논란을 일으킨 바로 그 디올 백 사건이다. 따라서 여권이나 용산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이 씨가 요주의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 전 행정관이 이런 인물과 통화하면서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못하고 떠벌려 사고를 친 것이다.

그러니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도대체 그 정도의 정무감각이나 그 정도의 보안 의식, 이걸 가지고 어떻게 용산에 있었지라는 생각이 일단 들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언급한 것이 아닐까. 김 여사와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하고, 디올 백 몰카로 대통령 부부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던 사람과 별의별 얘기를 한 것을 비꼰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공격사주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대변인실은 3일 언론 공지에서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 전 행정관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김 씨의 공격사주가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는 법적 대응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친한계와 친윤계 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3일 “좌파 유튜브, 아주 극단에 서 있는 상대편에다가 허위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선을 많이 넘은 해당 행위”라며 “당이 알고서도 묵인한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니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 구분조차 못 하는 인사가 그 어느 곳보다 보안 의식이 요구되는 대통령실에 버젓이 근무했다니, 대통령실 인사시스템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관련성도 없는 공공기관의 상근감사 자리를 꿰찼으니 더 할 말이 없다. 현재 수많은 공공기관 자리가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공석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여성가족부 장관과 석탄공사 사장 자리 등이 오랫동안 공석이다.

윤석열 정부가 소꿉놀이하는 게 아니라면 우선 인사시스템부터 제대로 개선하기 바란다.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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