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의 덫’에 갇힌 북한 `존엄’으로 망할 듯
“존엄은 北에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한테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언론사 논·해설실장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이 `존엄’이 어떻다고 하면서 우리가 옮기기도 힘든 말을 하는데, 존엄은 그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한테도 존엄은 있는 것”이라고 북한에 일침을 가했다. 같은 날 개성공단 당국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도 북측에 “귀측이 최고존엄 모독을 얘기했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최고 존엄이 있다”고 일갈했다. 제 멋대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북측에 사태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자 북측 단장이 “최고존엄 모독”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은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존엄은 그쪽에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한테도 존엄은 있다”고 일침을 가한 이후 북한은 우리 국민과 대통령의 `존엄’을 훼손하는 발언을 끊었다. “청와대 안방 차지한 독기 어린 치맛바람” “이성도 체면도 잃은 정신병자”라고 박 대통령에게 막말을 퍼붓던 북한이 꼬리를 슬그머니 내린 것이다.
온갖 욕설로 일관해온 조평통이 우리 정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유감스럽게도 귀측 당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실무회담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였습니다” “상대방 선의를 우롱하면서 오만무례한 언동을 계속한다면 리명박 정권 때보다 더한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우스꽝스런 존댓말까지 동원한 것이 그 증거다. 과거 정권이 굽실거리며 북한 비위 맞추기에 쩔쩔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북한이 망한다면 그건 아마 `존엄의 덫’ 때문일 것이다. `존엄’이 내린 결정은 아무도 뒤집지 못하는 `조폭문화’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킨 것은 당연히 `최고 존엄’의 결정이다. 북한이 지난 4월 3일 개성공단 출경을 차단했고, 4월 8일에는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복심(腹心)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남조선 정권과 군부가 우리의 존엄을 모독해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중단하고 존폐 여부를 검토한다”고 했으며, 곧이어 근로자들을 철수시켰다. 박 대통령은 우리 근로자들을 전원 귀환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미 그때부터 우리 국민의 `존엄’을 최고 가치로 설정한 것이다.
북한이 자기 묘혈(墓穴)을 팠음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한지 두 달 만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회담을 제의했다.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금강산관광 회담에 이산가족 상봉 회담까지 얹었다. “최고존엄” 운운하며 협박 공갈해도 박 대통령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당국회담이 열리기 직전 북측은 우리측 대표의 `격(格)’에 시비를 걸며 회담을 거부했다. 이 또한 자기들 대표의 `존엄’만 내세운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생떼를 일축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자 북한은 개성공단 회담에 제 발로 걸어 나왔다. 그렇게 재개된 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은 “귀측이 최고존엄 모독을 얘기했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최고 존엄이 있다”는 우리측 대표의 일갈을 들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존엄의 덫’을 칼날같이 일깨웠다. 이번엔 `핵의 덫’을 눈물나도록 일깨울 차례다. 이미 그 노력은 시작됐다. 박 대통령의 한·미, 한·중정상회담이 그것이다. 두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미·중 정상과 `북핵 불용’을 확인했다. 그 사이 오바마, 시진핑 미·중 정상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이 무용지물 `깡통’으로 전락한 것이다. 북한의 스물아홉 살짜리 `존엄’과, 세계 경제강국 대한민국 국민 중 누가 더 존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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