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유가족을 포함한 피해자 가족들이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을 맞으며 아들 같은 의경들과 악에 받쳐 싸우게 하는 걸 멈춰 주십시오. 국민들에게 자식 잃고 생기를 잃어가는 부모들을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마십시오.”
안산시 단원고 실종자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 씨(53)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옆에 있던 어머니 이금희 씨(46)는 대성통곡했다. 23일 기자회견은 이금희 씨가 입원 중인 안산시 한사랑병원 병실에서 있었다. 조 양의 부모 외에도 또 다른 단원고 실종자 허다윤 양의 부모 등 4명이 기자회견문을 함께 발표했다. 세월호 유족들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는 가두 집회와 시위, 경찰과의 충돌에 “더이상 폭력은 안 된다”고 호소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조남성 씨는 “과격한 투쟁 현장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경찰과 싸우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선체 인양 결정을 환영하며 “인양작업에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두 가족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병원에 나타나 “가족협의회와 회견 내용을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유 위원장은 “인양 작업을 앞두고 계속된 시위로 정부 심기를 건드리면 인양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한 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폭력으로 치달은 세월호 1주년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한 유가족이 “우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광화문 대신에 가족끼리 안산이나 팽목항에서 진상 규명을 주장했다면 국민의 지지를 더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가족은 “민노총이든 시민단체든 우리를 이용한다고 해도 상관없다”며 강경 투쟁에 동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과거 광우병 촛불 시위를 주도한 세력이 가세하면서 세월호와 일반 국민간의 감정적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 작년 5월 발족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는 8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이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반(反)정부 운동을 벌여온 좌파 단체 또는 친북·종북 단체도 많다는 게 조선일보 분석이다. 이적(利敵) 단체로 규정된 범민련과 민자통 지역조직이 대거 가입돼 있다는 것이다. 위헌 정당인 통진당과 관계를 유지하던 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 진보연대, 한대련, 광주 전남대련, 서울대련 등도 대책회의 산하 단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지난 주말 시위에는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는 유인물까지 살포됐다.
결정적인 것은 세월호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사건이다. 21일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18일 오후 9시경 태극기를 불태운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힌 A씨는 “순국선열이 피로 지킨 태극기를, 공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은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극기에 불을 붙이려 라이터를 켰지만 잘 켜지지 않아 머뭇거리는 상황이었는데 현장에 있던 기자가 ‘손이 데지 않게 최대한 뒤쪽으로 눌러서 켜라’는 조언을 건네 시키는대로 했더니 불이 붙었다”고 했다. 기자까지 태극기를 불태우는 데 협조했다는 얘기다.
‘태극기 방화사건’에 이어 세월호 집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공보비서 권모 씨가 서울경찰청 기동대 버스에 펜으로 남자 성기(性器)를 그리고 그 그림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기막힌 일까지 벌어졌다. “자식 잃고 생기를 잃어가는 부모들을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마십시오”라는 단원고 조은화 양 부모의 절규를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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