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스테판 폴란과 마크레빈의 “Die Broke”. 노년을 위한 재무전략 그리고 은퇴를 앞둔 분들을 위한 은퇴전략을 담은 책으로 미국에서 1997년 출간되어, 다음해인 1998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Die Broke”는 “다 쓰고 죽어라”는 우리말 제목으로 번역돼 시중에 나왔다.
이 책의 골자는 ‘당신이 젊어서 모은 자산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하지 말고) 소비하라’는 것이다. “다 쓰고 죽고자 작정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손해 볼 것이 없다” 혹은 “죽을 때 자녀들에게 유산을 남길 때에는 신중히 하라”는 충고를 전한다. 이 책은 출판된 이래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인생을 뒤바꾼 재테크의 바이블”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유승동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자유경제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Die Broke”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노년의 삶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장례비만 남기고) 평생 번 것을 다 쓰고 죽자”, “(자식에게) 줄 것 없어 행복하다”는 조언을 던진다는 것이다.
유 교수의 칼럼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다수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녀가 있음에도 자녀들과 동거를 희망하고 있지 않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90%를 넘어섰지만, 보건복지부 2014년 고령자 대상 조사 결과, 노인인구 가운데 약 76% 만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많은 노인들이 자녀들과 떨어져 비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부분(약 98%)의 노인들은 자녀(혹은 손자녀)가 있음에도 5명 가운데 1명도 안 되는 비율인 19%만이 자녀와 동거를 희망하고 있을 뿐이다.
재벌닷컴은 지난달 30일 기준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조사한 결과 1억원 이상을 기록한 만 12세 이하(2001년 4월 30일 이후 출생자) 억대 어린이 주식부자가 12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분가치가 1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 중인 ‘어린이 주식부자’도 8명이나 됐다. 억대 어린이 주식부자는 2012년 4월 말 102명으로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했고, 2013년 118명, 2014년 126명을 기록했다. 재벌닷컴은 또 지난달 말 기준 지분가치가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어린이 주주도 8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최고어린이 주식부자는 한미약품가(家) 손자·손녀들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자, 손녀 7명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200억원을 웃돌았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차남도 100억원대 주식부자 반열에 올랐다. 임 회장의 손자, 손녀들은 지난 2012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을 증여받거나 이 회사의 무상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대주주에 올랐다.
지분가치가 가장 높았던 어린이 주식부자는 임 회장의 손자(12세)로 지난달 말 종가 기준 264억4000만원 어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임 회장의 다른 손자, 손녀 6명은 모두 동일하게 258억3000만원씩 보유 중이다. 아울러 허 부사장의 차남(11세)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166억2000만원에 달했다.
허 부사장의 차남은 5살이던 지난 2009년 (주)GS 주식 27만3000여 주를 처음 증여받았고 이후 장내에서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현재 32만 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100억원대 어린이 주식부자 8명을 포함해 10억원 이상 주식을 가진 어린이도 38명이다. 특히 억대 어린이 주식부자 중에는 한 살 남짓한 ‘젖먹이 주식부자’도 있었다. 정호 화신 회장의 친족인 한 살된 어린이는 지난해 8월 출생한 직후 화신정공 주식 22만여주를 증여받았고 지분가치가 3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Die Broke”, “다 쓰고 죽어라”는 충고가 가장 안 먹히는 나라일지 모른다. 노인들이 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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