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는 27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2선으로 물러난다. 4월 총선 직전 문재인 대표에 의해 영입된 김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고 5개월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전두환 장군의 ‘국보위’에서 출발한 그의 정치 역정이 민정당 등을 거쳐 제1야당 비대위대표에서 일단 ‘쉼표’를 찍는 셈이다.
김 대표의 더민주당내 위상은 매우 독특했다. 투쟁적이고 거센 ‘친노’ 세력이 그 앞에선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고, 공천과정에서 이해찬은 물론 ‘막말도사’ 정청래를 가차없이 탈락시켰어도 큰 저항을 받지 않았다.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에 대한 친노 반발도 당무 거부로 단칼에 제압했다.
그런 김 대표는 ‘단기필마’나 다름없다. 당에 들어왔을 때 그가 데리고 온 세력은 거의 없다. 비례대표 공천에 몇 몇을 공천한 게 전부다. 그런데도 거의 전권을 휘둘렀다. 문 전 대표의 총선 지원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대권후보 위상도 깔아뭉갰다. “지금의 지지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편으로 그의 라이벌인 손학규 전 의원에게 ‘정계복귀’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김 대표 저력은 ‘사드’에서 나왔다. 국민의당이 먼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더민주당은 아직 당론이 없다. “사드는 반대하고 찬성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김 대표의 일갈(一喝)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형님(김 대표) 소속 새누리당인가”라고 모욕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친노’ ‘운동권’이 몰린 더민주당이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김 대표는 8·27 전대 이후 더민주당 체제에 대해 “패권주의 부활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특정세력이 당을 완전 장악해 빠른 시일 내 대권후보를 확정지어야겠다는 체제로 가지 않나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친노’가 문재인 전 대표를 조속히 ‘대선후보’로 확정해 밀어붙일 것이라는 단언이다.
‘사드’ 논란과 관련해 그는 “가장 반미를 부르짖던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관철시켰는가. 이라크 파병도 안한다고 하다가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라며 “사드를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당의 주류로 있는 노무현정부 사람들이 그 때를 회상해 보면 쉬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대표의 고별 인터뷰는 더민주에게는 고언(苦言)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걱정하듯 자신이 물러난 뒤 그 고언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김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 부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당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결국 더민주당은 김 대표의 공로에 힘입어 ‘친노 패권주의’가 부활되는 당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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