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젓가락질
  • 김용언
서투른 젓가락질
  • 김용언
  • 승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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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한식(韓食)과 양식(洋食)은 몇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음식의 조리법이 다른 것은 긴 말이 필요치 않다. 스테이크와 양념 불고기만 떠올려도 해답은 바로 나올 정도다.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상도 다르거니와 음식을 먹는 도구 또한 다르다. 서양의 식탁은 고정식이다. 우리의 밥상은 이동식이다. 밥상을 치우면 그 자리는 다른 용도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식사 도구의 차이는 더욱 크다. 서양식 포크와 나이프는 마치 전투용 물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칼로 자르고 삼지창으로 찔러야 하니 그렇다. 우리의 숟가락과 젓가락은 다정한 한 쌍이다. 국물이 많은 한국음식을 먹으려면 숟가락은 절대로 필요하다. 제아무리 젓가락질의 명수라 한들 국물까지 젓가락으로 꿰어올려 마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젓가락질은 건더기에나 통용되는 기술이다. 우리밥상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이 사이좋게 쌍을 이루는 이유다.

“수저는 남녀이고 부부이고 고체와 액체의 결혼이다. 수저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발신자와 그것을 받아먹는 수신자라는 쌍방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어령 씨가 ‘우리문화 박물지’란 책에서 수저를 이렇게 정의했다.
젓가락 문화권에 산다고 모두가 젓가락질에 능숙한  것도 아닌 모양이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남녀대학생들이 조사 대상이다. 한국젓가락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이런 사실을 분석하면서 “젓가락문화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10여년전 조사 때에도 한국인의 젓가락질은 "불량"이었다. 비율도 같았다. 그가 젓가락문화의 위기론을 펼치는 까닭을 알만하다. 요즘들어 흙수저니 금수저니 해가면서 수저의 소재가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이 살벌한 논란 앞에 ‘전통문화의 위기’론을 펴며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먹혀들기나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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