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은 수도권 국회의원에 비해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오죽하면 TK지역 3선의원이 수도권 초선만도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지난 전당대회만 봐도 이 같은 비아냥에 토를 달기 어렵다. 2021년 6월2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대표와 함께 당지도부로 조수진, 배현진, 정미경, 김재원(이상 최고위원), 김용태(청년 최고위원)가 당선됐다.
조수진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고, 배현진은 수도권인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정미경·김재원은 전직 국회의원이다. 주호영 국회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것 외에는 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최고위원 당선은 커녕 출마한 사람 조차 없었다.
경북지역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한 김재원 전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해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대구·경북지역 현역 국회의원으로 25명이 존재한다. 대구지역에 3선 국회의원이 두 명(김상훈·윤재옥) 있고, 경북지역에는 재선 국회의원이 5명(김석기, 김정재, 송언석, 이만희, 임이자)이나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나 추경호 기재부장관을 제외하더라도 당권에 도전 가능한 초선의원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번 3.8 전당대회도 지난 전당대회와 같은 분위기다.
대표 출마는 꿈도 꾸지 못하고, 최고위원 선거에도 재선의 이만희 국회의원만이 출마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 가운데에는 단 한 명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았다. 지난 대구시장 경선 출마 등으로 경북 정치인에서 대구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만이 다시 이번 전대에 출전할 뿐이다.
‘능력’을 ‘깜냥’이라고 하는데, 정말 깜냥이 되지 않는 정치인들만 TK에 모아놓지 않고서야 해석이 불가능한 장면이다.
오죽하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독설을 날렸을까? 홍 시장은 1월 말 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대표 후보자도 없고,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여성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중심될 최고 위원 후보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나라 국회의원이 아닌 동네 국회의원들은 모두 시의원,구의원으로 보내자”며 국회의원 물갈이도 주장했다. 당시 제대로 최고위원 출마자 하나 거론되지 않는 상태였다.
역대 총선 대구·경북 현역 의원 교체율도 거론했다. 전국 교체율 35%내외를 맞추려다보니 TK지역이 언제나 총선 희생양으로 절반의 교체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TK지역에서는 최근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눈치만 늘어가는 정치인들만 양산 하고,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홍 시장의 분석이다.
“중앙정치에서는 힘도 못쓰고 동네 국회의원이나 할려면 시의원, 구의원을 할 것이지 뭐 하려고 국회의원 합니까?”. TK지역 국회의원들을 향한 홍 시장의 일갈이다.
대구·경북이 국민의힘 본산은 커녕 변두리가 된지 오래다. 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잇달아 배출하고, 그동안 국회의장단과 당대표 등 유수의 정치인을 배출한 정치의 산실은 이제 먼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역사는 진보한다고 했는데, 대구·경북 정치권의 역사는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할 뿐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번 전당대회에 이만희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이 대구·경북 대표 선수로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최종 전당대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성적에 대구·경북 국회의원 모두 공동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설 엄두조차 못내는 것은 큰 문제다.
정말 스스로 ‘깜냥’이 안된다고 생각되면 지방의원이나 하시라.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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