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공무원들에 대한 악성 민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3년 전 포항시에서 발생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10월 29일 포항시 공무원이 택시 감차사업에 불만을 품은 한 60대 남성으로부터 염산테러를 당했다. 택시 감차사업으로 택시 매매가 금지되면서 차량중개를 할 수 없게 된 데 앙심을 품고 염산을 얼굴에 뿌린 것이다. 해당 공무원은 눈과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지난달 25일 김포시에서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김포시 소속 공무원인 40대 남성은 전날 저녁 동료 직원에게 ‘일을 못 마치고 먼저 가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김포시 소속 공무원이 도로 보수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차량 정체로 항의성 민원을 받고 신상 공개를 당하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악성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폭행, 욕설 등을 동반한 악성 민원은 2019년 3만 8054건에서 22년 41만 1559건까지 늘었다. 민원 현장에서는 이런 위법 행위뿐만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악의적 반복 민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악의적 반복 민원은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전화, 온라인 등 다양한 접수창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의 공무 방해 행위를 말한다.
이처럼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 사망 등 피해가 이어지자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욕설·폭언 등이 나오면 바로 민원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 개인정보를 비공개 처리하는 등의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이 골자다.
정부는 전화, 인터넷, 방문 등 민원 신청 수단별로 악성 민원 차단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그동안 민원 담당 공무원은 전화로 민원인이 욕설하거나, 민원과 상관없는 내용을 장시간 얘기해도 그대로 듣고 있어야 했다. 앞으로는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폭언이 이어질 경우 통화를 바로 종료할 수 있도록 한다. 기관별로 통화 1회당 권장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권장시간을 초과할 경우 이 역시 통화를 종료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온라인 민원 제한, 방문민원 사전 예약제, 동일 민원 반복 제한 등의 조치도 시행한다. 또 각 기관 홈페이지에 공무원 개인성명 등 개인정보 비공개도 권고키로 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업무방해는 공무원의 업무능력과 사기를 떨어트려 결국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민원공무원 보호 대책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민원인에 대한 공무원의 소극적인 대응을 넘어 악성 민원인을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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