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시한 ‘7개 상임위원장 수용’ 여부를 논의한 결과 수용으로 결론을 냈다. 내부에선 7개 상임위원장 수용이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원외 투쟁으로는 민주당에 맞설 수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했다. 이에 앞서 여당은 마지막으로 야당에 법사·운영위원장을 여야가 1년씩 번갈아 맡는 안 등 추가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불참 속에 국회 법사위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수사가 끝나지 않은 사건을 정략적으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특검을 자기들 마음대로 앉히도록 한 내용이 더 문제다. 이 법안은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 임명되도록 하고 있다.
특검법 처리에 앞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연 법사위 입법 청문회는 거대 야당 독주의 ‘저질 망신 주기’ 쇼였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키는 등 횡포를 서슴지 않았다.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거든 박지원 의원의 태도는 아연실색할 망발이었다.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를 구축하고 이 대표의 사법 위기를 어떻게든 정치권력으로 막아보려는 민주당의 행태는 멀쩡한 상식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어이없는 현상이다. 어쨌거나, 제도 안에서 ‘힘의 논리’를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오만방자 행세는 총선참패가 빚어낸 엄혹한 현실이다.
여당이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은 백번 이해된다. ‘양보와 타협’을 미덕으로 삼아온 국회 전통이 무참히 무너지고 있지만, 소수 여당이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민심을 회복하는 매력적인 정당으로 확실히 탈바꿈해야 한다. 자강과 혁신만이 정답이다. ‘원 구성’ 협상에서 백기를 든 굴욕을 반전의 밑거름으로 만드느냐 못하느냐는 오로지 국민의힘 스스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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