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도 최하 등급 포항시의회
해외연수 횟수는 전국서 최다
해외연수 지방의원 역량 강화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
외유성으로 혈세 낭비가 문제
통제·견제장치 마련 서둘러야
최근 들어 의원들의 잇단 일탈로 청렴도 바닥을 헤매고 있는 포항시의회가 해외에서 의정활동을 펼친 횟수는 전국 톱을 찍어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해외연수 횟수는 전국서 최다
해외연수 지방의원 역량 강화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
외유성으로 혈세 낭비가 문제
통제·견제장치 마련 서둘러야
포항시의회는 올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조사에서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안동시의회와 더불어 경북 도내 시·군 의회 중 ‘꼴찌’다. 이는 시의회에 대해 주민들과 공직자들이 체감하는 청렴도가 매우 낮고, 부패 방지 노력이 부족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부패경험률이 23%로 나타나 주민 신뢰를 크게 저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시의회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해외연수 횟수 1위를 기록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실정이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2년간 18회의 해외연수를 다녀오며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해외연수를 기록했다. MBC가 전국 243개 광역·기초의원들에 대해 지난 2년간 공무국외출장 관련 기록을 전수조사한 결과 ‘외유’로 의심되는 해외출장이 10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 비용에 투입된 세금만 무려 240억 원에 달한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의원들은 3800여명으로, 4년 임기 중 딱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의 해외 출장은 1158회에 달했다. 한 달 평균 48회, 매일 1.6회씩 출장을 명목으로 바다를 건넌 셈이다. 광역의회 중에는 제주도의회가 2년간 42회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시의회 34회, 경기도의회 33회, 경북도의회 20회 순이었다. 기초의회 중에서는 포항시의회가 당당히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2년간 18회 해외연수를 나가 기초의회 중 1위를 기록했다. 전북 전주시의회와 경주시의회가 13회로 뒤를 이었다. 청렴도 바닥을 헤매는 포항시의원들이 2년 동안 제 집 드나들듯 해외에 나가서 과연 무엇을 배우고 와서 의정에 접목했는지 궁금하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처럼 해외연수는 선진행정과 제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감할 수 있어 지역발전을 위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의원들의 역량강화와 의정활동에 도움이 된다면 해외에 나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역혁신을 위해선 구습(舊習)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접하고 글로벌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서, 완전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선 의원들의 역량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연수는 필요한 제도다.
문제는 대부분 본래 목적보다 외유성 연수라는 오명을 듣는다는 데 있다. 실제 MBC의 보도처럼 지난 4월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방문한 경기도 여주시의회의 경우 연수 일정은 7박 9일 동안 국회의사당과 시청·시의회를 방문한 단 두 건뿐이었으며 나머지 일정은 세계적인 관광지 방문으로 채워졌다. 포항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원 해외연수 대부분이 ‘오십보 백보’다.
상황이 이럴진대 그들이 해외에 나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배움을 구한다는 건 개 풀 뜯어먹는 소리나 다름없다. 요즘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이름도 생소한 저 지구촌 반대 편에 있는 조그마한 나라의 ‘세간살이’도 자판 몇 개 두드리면 웬만해선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구태여 해외에 나가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알 건 알고 배울 건 다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시민혈세를 써가며 앞다퉈 바다를 건널 필요가 있을까?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연수가 도마에 오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회초리를 들이대 보지만 그들에겐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지방의회의 이러한 행태는 예산 심의 권한을 스스로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아무런 통제나 견제 장치 없이 마음대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나 진배없다. 의원님들 목에 ‘고양이 방울’을 달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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