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協治)의 시간
  • 모용복국장
협치(協治)의 시간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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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주 이재명 대표와 회동 성사
 
지지율 추락에 국정 현안 산적
야당의 협조 없인 해결 불가능
포용 리더십으로 협치 길 터야
 
이 대표도 발목잡는 野 이미지
탈피 위해선 적극 협력 나서야

철조망을 사이에 둔 적(敵)처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드디어 만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이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고 이번 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도 초청에 감사하다고 밝히면서 윤 대통령이 취임 1년 8개월 만에 제1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성사됐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장동을 비롯한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4·10총선 이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다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민주당과 협치를 하지 않고선 실타래처럼 얽힌 국정 난맥을 풀어나갈 방법이 없다.

사실 총선 전이나 후나 여야 의석 숫자는 큰 변화가 없다. 실제 21대 국회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정치 지형인 만큼 여소야대에 대한 책임이 없다. 소위 야당의 입법독주를 거부권으로 막아설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띤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로 맞게 될 22대 국회는 자신에게서 비롯된 환경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이러한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풀어나가야 할 국정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고물가로 고통 받는 민생대책을 비롯해 의대증원에 따른 의료파행 사태는 촌각을 다투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논란, 김건희 여사 특검법, 현 정부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인 교육·연금·노동 개혁 등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협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 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 장기간 극한 대치 정국이 풀리고 여야 간 협치의 물꼬가 트일지 국민들은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은 두 사람이 만나 몇 마디 덕담만 주고받고 선언적인 약속만 하고 돌아설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치·경제·외교적으로 산적한 국정현안을 풀기 위해선 실질적인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윤 대통령이 야당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 리더십 연구가 도리스 컨스 굿윈은 저서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 존슨 4명의 대통령 리더십을 분석했다. 굿윈에 따르면 링컨은 대통령 당선 후 보수파와 급진파를 각각 대표하는 윌리엄 헨리 슈어드와 새먼 P 체이스를 입각시켜 위기를 극복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가 백악관 속 야당으로 톡톡히 반대자 역할을 했다. 그의 비서인 루이스 하우는 쓴소리를 일삼아 별명이 ‘미스터 노맨(Noman)’일 정도였다. 존슨은 “원수는 텐트 밖에 두는 것보다 안에 두는 게 더 낫다”는 농담을 즐겨 했다. 이들이 혼란을 수습하고 나라를 정상화시킨 원동력은 ‘포용의 리더십’이었다. 혼돈기에 필요한 것은 뺄셈이 아닌 덧셈의 정치인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다수당의 대표로 국정운영 책임에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이 대표는 2년 전 취임 당시부터 국회 다수당으로서 국정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또 이번 4·10총선 직후에도 영수회담을 비롯해 여야 간 협치와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만남이 그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피력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아울러 ‘발목 잡는 야당’ 이미지를 넘어 진정한 대안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는 기회다’는 말이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포용과 통합의 정치력을 발휘해 좌초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號)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지 주목된다. 지금은 정쟁이 아닌 ‘협치의 시간’이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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