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낙숫물이 징을 친다. 놋대야를 두드려 징소리를 낸다. 나뭇잎은 천재 무용수다. 놋대야 소리를 징소리로 알아 듣고, 너훌너훌 춤춘다.
-김시종 개들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말복이다. 우견(友犬)의 명복을 빌며, 개들도 말복에 단식을 한다.
-김시종 푸른 산의 입김은 흰 구름이다. 전봇대에 시비(施肥)하는 술꾼에게 시비(是非)말라. 자유대한(自由大韓)이다.
-김시종 우리집 이팝나무가 갈수록 볼만하구나 하이얀 쌀밥에 기름기가 잘잘 돈다 하도 맛있어 보여 눈으로 한 그릇 비운다
-김시종 친정엄마가 시골 텃밭에서 갓 뜯어온 푸성귀 보퉁이 속에, 달팽이 가족이, 몰래 편승해 왔다. 달팽이도 서울이 몹시 오고 싶었던가 보다.
-김시종 집에 똥강아지 한 마리도 못 키우는 어릴 적 가난 강아지풀을 오요요 부르며 강아지 대신 데리고 놀았다 일흔 무렵 길가의 강아지풀을 만나 지난날의 안부를 물었다.
-김시종 그건 너의 생각일 뿐후각은 개보다 10배나 앞서고빠르기도 물경 시속 65㎞다 곰을 우습게 알다간사망 내지 평생불구 신세가 된다 곰이 왜 곰이가?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배동현 고향만큼인심 좋은둥근달을 띄워놓고 소지 태워소원비는꿈 한 가닥 풀어내면 쏟아지는 달빛아래풍년 비는 불꽃놀이물안개 내리는 깊은 밤에뒤척이는 불면증
-김시종 예술인지? 외설인지?남근 깎는 목각장! 목각이 외설이 되어,끝내 법정에 섰다. 유죄가 확정되자,남근 같은 판결이라네.
-김시종 세월이 내 얼굴을밭으로 착각하고, 버섯농사를 짓는다. 지난해엔 없던 검버섯이,내 얼굴 여기저기에 올해 여러 포기 돋아났다.
-김시종 이순(耳順)의 아내 귓가에서,한겨울에도 매미가 앉아 운다. 아내는 매미를 내쫓으려고,개소주를 나팔분다. 매미의 천적(天敵)은까치가 아니라, 멍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