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as.net)
한나라당 사람들은 민심을 읽는 데 매우 서투르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민심을 올바로 읽는 데 서투르다는 것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나 이번 재·보선 패배가 잘 말해준다. 한나라당의 공고한 아성이었던 분당을구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충격적 사태에 당면하여 한나라당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보면, 그들이 민심을 읽는 데 서툰 것에 그치지 않고 민심을 거꾸로 읽는 질병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민심을 정확히 읽는 능력을 결여한 것에 그치지 않고 민심을 거꾸로 읽는 질병적 경향까지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항은 한나라당 사람들이 향후 대책을 논의함에 있어서 당 대표를 `젊은 사람’으로 내세우자는 `젊은 대표론’의 등장이다.
분당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결정적 원인은 과거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거나 기권했기 때문이다. 과거 지속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기권한 이유가 한나라당 대표가 늙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면, 한나라당 사람들이 `젊은 대표론’을 제기한 것은 옳다.
그러나 과거 지속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다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기권한 사람들은 한나라당의 대표가 늙은 사람이어서 그렇게 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도록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정권이 자기들에게 이익을 주기는커녕 고통을 주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한나라당이 집권당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정권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데 대해 분노한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정권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중간층 유권자들이다. 한나라당이 집권당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분노한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이익과 국가의 안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이다.
한나라당 정권이 중간층에 고통을 주는 잘못된 정책을 취하고, 집권당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데는 한나라당 내의 젊은 의원 그룹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들 젊은 의원 그룹은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것을 정치활동의 최우선 항목으로 삼는 사람들이어서 소위 `서민층 복지 확대’만을 주장하면서 중간층의 고통은 외면해왔다. 그들은 또 국회에서 물리력을 사용하여 의안을 처리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어설픈 명분을 내세워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한·EU FTA 비준안이나 북한 인권법안 같은 중요 안건의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표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집권당을 누가 믿음직하다고 생각해서 표를 주겠는가? 집권당 의원에게는 `인기’보다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들에게 다음 공천에서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분당을구 패배 원인의 일단은 한나라당 내 `젊은 의원 그룹’에도 있음이 분명하다. 이번 패배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여권의 핵심부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자며 `젊은 대표론’을 거론했다거나, 한나라당 사람들이 그 문제를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한나라당 사람들이 분당을구 유권자들의 민심을 거꾸로 읽고 있음을 말해준다.
`분당패전’이후 한나라당에서 `환골탈태`, `재창당 수준의 근본적 변화’, `창조적 파괴’ 등의 주장들이 나오면서 당의 질적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과거 한나라당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다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거나 기권한 유권자들, 그리고 한나라당을 이번 선거에서도 지지한 유권자들은 모두가 한나라당의 과감한 질적 변화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 질적 변화는 민심을 올바로 읽고 그에 부응하는 방향으로의 변화여야지, 민심을 거꾸로 읽고 거꾸로 읽은 민심에 맞춘 변화여서는 안 될 것이다. 민심을 오독한 것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변화는 한나라당에는 물론이고 이 나라에도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민심이 한나라당에게 요구하는 질적 변화는 정당다운 정당이 되고, 중간층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당이 되라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