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자유경제원(cfe)은 지난 3월 자유경제원에서 정명(正名)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명(正名)으로부터 정도(正道)가 시작 된다-이념·사상, 문화 분야의 바른 용어>가 토론 주제였다. 이념으로 분칠된 용어, 이런 용어에 의해 오도된 국민 인식을 바로 잡아주자는 운동이다.
예를 들면 문화평론가 조우석씨가 ‘문화의 옷을 입은 정치투쟁’을 경계하면서 문화적 좌파(左派)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안문화(alternative culture)가 긍정적 이미지를 띠지만 그 본질은 반자본주의 문화투쟁이라는 폭로다. 신중섭 교수(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는 ‘중도’라는 용어에 대해 ‘정치적 기회주의’와 상통하는 용어라고 비판했다. 개별 정책에서 ‘중도’가 존재할 수 없는데도, ‘중도’=‘합리적’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정치권이 표심을 공략하려는 가운데 나타난 산물이라고 일갈했다.
자유경제원의 ‘정명 운동’과 관련,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한국좌파가 진보? 가장 퇴행적인 집단’이라는 글을 통해 ‘진보’라는 용어에 숨겨진 함정(陷穽)을 적시했다. <좌파는 ‘진보’라는 용어가 진취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대중들에게 호감을 갖는 용어임을 간파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을 ‘진보세력’으로 지칭해왔고, 바라던 대로 이 구분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런 긍정적 어감에 현혹돼 소위 ‘진보진영’에 가담하면 뭔가 생각이 있어 보인다는 착각이 아직도 남아 있다. 불행히도 우리사회는 이런 허구적 프레임에 갇혀 빠져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강 교수는 “어떻게 (통진당) 이석기 부류 같은 이들을 진보적이라 지칭할 수 있나? 1980년대 좌파 이론투쟁에서 민족해방파(NL), 그것도 가장 저급한 주사파가 승리한 것은 한국사회의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우리나라 진보는 진보가 아닌 좌파(左派)라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진보’에 의해 10년 째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다. 야당 의원 일부는 북한인권법 제정이 내정간섭이며, 북한을 자극한다는 해괴한 주장을 펴왔다. 북한인권법 반대는 진정한 진보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강 교수는 자칭 진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서구 우파 사상인 보수주의는 과거의 가치를 지키면서 사회의 유기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고귀한 요소가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선 보수주의가 착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회변화에 뇌동해 보수와 중도, 때로는 진보까지 줏대 없이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근대 보수주의 사상의 태두 에드먼드 버크(Burke Edmund)는 ‘보수주의’를 “아버지가 자식의 상처를 치료하는 심정으로 국가의 결함을 다루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부동산투기꾼과 병역기피자나 재벌들을 끼고 도는 건 절대 ‘보수’가 아니라는 나무람이다. 피터 드러커 역시 “‘보수’란 현상을 고수하려는 성향이 아니며, 부단히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는 사조”라고 정의했다. 버크와 드러커의 정의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만 했다 하면 온갖 하자(瑕疵)로 낙마하는 인사들은 ‘보수’가 아니다. 기회주의자들일 뿐이다.
원로 언론인 남재희씨는 “우리나라 보수는 보수주의가 아닙니다. 기득권의 축적이죠”라고 일갈했다. 아스팔트 우파 서정갑 예비역 대령은 “보수는 희생, 헌신, 기여, 양보, 봉사, 책임, 절제 등 보수혁신에 나서야지 안 그러면 곧 설 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진보도 위기지만 보수도 위기다.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