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정부가 지난 2007년 전국의 145개 시·구 산하 2166개의 동사무소를 ‘00동주민센터’로 바꾸기로 하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참여정부 말기인 그해 9월 1일부터 동사무소 명칭을 주민센터로 바꾸기로 한 건데, 한글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반대를 하고 나선 거다. 이유는 ‘정부관서의 명칭으로 외래어가 가당키나 하냐’는 거였다. 가뜩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에다 더구나 30억원이란 예산을 낭비하면서 그렇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동사무소 명칭변경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센터(center)’는 주지하듯 중심, 중앙, 핵심, 축, 중추, 중점, 중심지, 종합시설, 인구밀집지 등을 뜻하는 영어다. 야구나 배구 축구 등 구기 종목에서 중견수 또는 중심 위치에 배치되는 선수를 이르기도 한다. 본디 침(針)이나 초점 또는 음경(陰莖)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켄트론(kentron)’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이 라틴어 불어 영어를 거쳐 1952년경 일본에 상륙하면서 일본과 한국에서 ‘중심부’ 개념의 외래어가 되었다는 거다.
오늘날 ‘센터’는 램프(lamp)가 ‘남포’로 굳어진 것 이상으로 우리말 속에 깊숙이 들어앉았다. 심부름센터 농기구센터 공인인증센터 스포츠센터 다이어트센터 고용센터 암센터 회센터 치킨센터… 어디든지 갖다 붙이지 못할 곳이 없는 낱말이 된 것이다. 물건 음식 따위의 뒤에 붙으면 그걸 파는 가게란 의미가 되고 컨벤션센터 무역센터 같은 형태로 특정 장소에 붙여 쓰기도 예사다. 그러다 보니 이제 센터가 너무 촌스럽게 느껴지는지 요즘은 ‘허브(hub)’라는 단어로 바뀌어져가는 추세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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