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與 비대위원장’? 허접한 생각
  • 한동윤
‘손학규 與 비대위원장’? 허접한 생각
  • 한동윤
  • 승인 201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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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4·13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원내 제1당에서 원내 제2당으로 추락한 새누리당이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제 겨우 원내대표를 선출했을 뿐 당을 추스를 비대위 등 지도부 구성에 대해서는 갈피를 못잡고 있다. 딱하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 하고 생각나는대로 입을 놀리는 소속 의원들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대표적인 게 ‘손학규 비대위원장’ 아이디어다. 김성태 의원이 내놓았다. 그는 지난 5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비대위를 맡기는 게 맞다”며 “손학규 전 의원도 모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친박 패권주의 청산’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자 손 전 의원 측근은 “안 들은 걸로 하겠다”고 김 의원 발언을 깔아 뭉갰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김 의원에게 “어젯밤 과음 하셨느냐”고 핀잔을 줬다. ‘술김’에 ‘손학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카드를 꺼냈느냐는 모욕이다. 치욕적이다.
 새누리당 사정이 딱한 것은 사실이다. 가능하면 당 밖의 중립적인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 당을 수술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손학규’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그는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그 결과에 불복하고 당을 뛰쳐나간 인물이다. 그 뒤로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노선을 걸은 바 없다.
 손 전 의원은 지금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이다. 2년 전 국회의원 보선에서 낙선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낙향해버렸다. 그는 그 후 야당의 선거지원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런 손 전 의원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떠올린 김성태 의원의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손 전 의원은 전남 강진에 칩거하면서도 유독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해왔다. 전남 강진 토굴에 은거 중이라던 그가 카자흐스탄에 나타난 것은 지난해 10월 29일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키맵대학에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위기하의 효율적 리더십’(Effective Leadership in Crisis)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이 명확해지자 급변사태를 반영하도록 입장을 바꾸는 듯했다”며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따른 통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대화와 교류의 대가로 어떤 물질적 보상을 주지는 않는다는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이 북한은 물론 남한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지는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햇볕정책’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손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은 북한정권을 인정하는 데 좀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로 공갈 협박하는 김정은을 포용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김성태 의원 주장대로 손 전 의원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면 당장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북한을 제재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손학규 비대위원장만 대북 햇볕정책을 주장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같은 상황을 고민하고 ‘손학규 비대위원장’을 입에 올렸는지 묻고 싶다. 머리에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곧바로 발설하는 것은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김 의원만이 아니라 권철현 고문은 ‘한화갑’ 카드를 꺼냈다. ‘한화갑 비대위원장’이다. 한 전 의원이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비대위원장으로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언론인 유근일 씨는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새누리당이 워낙 영혼 없는 집단인 줄이야 일찍이 알았지만, 요즘  몰골 보니 이건 정말…”이라고 혀를 찼다.
 새누리당 당선자대회에 당선자의 3분의 1이 불참했다. 선거에 참패하고도 모래알 같은 속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손학규-한화갑 비대위원장’ 같은 허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새누리당의 문제는 어디가 썩었고 어디가 부러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 아닐까? 앞날이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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