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몇 해 전
빈터에 심겨진 나무 한 그루 있었다
어느 여름, 태풍이 지나간 뒤
나무는 팔다리가 부러지고
잎사귀가 찢어져서 성한 곳이 없었다
가뭄 들던 다음 해에는
실연당한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늦더위가 몹시도 기승을 부리던 올해 여름에
무심코 내다본 창밖에는
훌쩍 자란 나무에 새파란 열매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며
너무 쉽게 쓰러지는 내게 보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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