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나는 맑은 국물을 좋아한다
황태와 조개가 느슨하게 연대하는 방식,
어느 순간 매운 것을 줄이다 보니
나도 어느새 싱거워져버린 것 같다
조금은 세상과 얽어매기보다 타협하고
소용돌이치는 밥상 뒤의 평온을 탐한다
그러나 맵고 진한 닭개장처럼
본래의 국물이 나를 흔들 때가 있다
반죽에 후춧가루도 좀 넣으면
땀이 강을 이룰 것이다 부추꽃처럼
정말 너의 얼굴 오롯이 보고 싶을 땐
배말 든 된장국보다 고추장떡이다
그런데 저문 강가를 거닐며 중얼거린다
매운맛이 줄어든 건 변화인가 변절인가
작은 강이 더 작은 강을 밀어낸 강가에서
나는 갓 옮겨온 동백나무처럼 흔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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