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면서 현지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13일 외교부와 필리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76㎞가량 떨어진 산페르난도 바콜로 북쪽 도로변에서 지난 11일 오전 7시 30분께 40∼50대 한국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은 결박된 상태였고, 사망자 전원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된 곳은 농촌으로 관광객들이 올 만한 지역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면서 "인적이 없고 한적한 지역이기 때문에 범행 장소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규명할 실마리를 아직 잡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내부적으로는 원한이 있는 누군가가 이들을 납치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조직폭력배나 수배자들이 범행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동기 등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단순 사건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삼자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올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6명으로 늘게 된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5월 30대 교민 한 명과 50대 목사 한 명이 사흘 간격으로 각각 피살된 채 발견됐고, 앞서 2월에도 마닐라 외곽 주택가에서 은퇴 이민을 온 박 모(68)씨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필리핀에는 수도 마닐라 등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9만여 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연간 120만 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방문한다.
한국인은 현금을 많이 가진 것으로 알려져 범죄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잦다. 살해에 이르는 경우는 채무나 공사대금 등 사업 분쟁에 휘말린 경우가 많다.
필리핀에서 총기를 소지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00만 정 이상의 총기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수백 달러에 불과하며, 현행범으로 붙잡혀도 보석을 통해 쉽게 풀려날 수 있다.
필리핀 경찰이 지문과 통신조회 등과 관련해 첨단수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고 수사 예산도 부족한 탓에 신속한 검거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과 재판을 여는 데만도 통상 2∼3년이 걸리는 늑장 행정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한 교민은 "범죄와 부패 척결을 약속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한인 대상 강력범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교민 거주 지역에 대한 CCTV 설치 확대와 자체 방범 활동 강화 등을 추진하는 한편,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금전이나 사업상의 분쟁, 재력 과시 등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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