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아동(兒童)이 위험하다
  • 모용복기자
코로나19, 아동(兒童)이 위험하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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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고령층뿐만 아니라
아동에게도 심각한 고통 안겨
부모들 가정 격리생활 길어져
지구촌 곳곳서 아동학대 발생
심지어 금주령 국가까지 있어
한국도 가정폭력 신고 잇따라
학대는 자녀에 심각한 상처와
가정을 회복불능 상태 만들어
아동이 안전한 나라 실현위한
강력한 법 하루속히 만들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대유행)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었으며,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하루에도 수 백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이들보다 먼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우리나라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고령층에다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도 사망자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에 걸리고도 자신이 확진자인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 피해가 큰 연령층이 고령층뿐만 아니라고 한다. 아동들도 심각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창 뛰놀며 성장해야 할 젊은 피들이 또래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집안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고역이다. 그러나 이는 ‘새발에 피’다. 감염병 얘기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정 내 생활이 늘어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심각한 아동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美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택 대피 명령이 본격적으로 발동되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대도시 범죄율이 급감했다. 피해가 가장 큰 뉴욕은 흉악범죄가 17% 줄었으며, 일부 지역에선 절반 가까이 강력범죄가 감소한 곳도 있다. 이와 반대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는 급증하는 추세다. 여성 인권단체 ‘DC 세이프’는 “최근 2주 동안 가정폭력 신고가 2배 이상 급증했으며, 응답 가능한 내선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국민이동 제한과 강제 자가 격리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17일 이동금지명령 발동 이후 여성과 아이들을 상대로 한 가정폭력이 32% 가량 늘었다.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통행금지로 가정폭력이 증가하자 피해자는 예외적으로 자택을 벗어나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린란드에서는 이동제한으로 부모들의 음주량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가정폭력도 급증했다. 어린이 3명 중 1명이 성적학대를 당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이달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주류 판매를 금지시켰다.
 우리나라도 ‘오십보백보’다. 경찰청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112로 접수된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13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2건)에 비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변에서 ‘아이 우는 소리’만 나도 신고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때문으로 경찰청은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동 학대 신고는 늘어난 반면 가정 폭력 관련 신고 건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만69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869건)에 비해 줄어들었다. 폭력 가해자가 가정에 체류하는 상황에서 여성이나 아동 등 피해자가 신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저께 아내가 지인에게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받은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어느 아이가 쓴 글이다. 필시 SNS 상에 떠도는 작위적인 글이겠지만 우스개로 그냥 넘겨버리기엔 세태풍자에 대한 의미가 심상치 않다. 아동 학대를 시사하는 일단도 엿볼 수 있어 소개해 본다.
 ‘코로나 방학 생활규칙’
 1. 주는 대로 먹는다
 2. TV 끄라고 하면 당장 끈다
 3. 사용한 물건은 즉시 제자리
 4. 한 번 말하면 바로 움직인다
 5. 엄마에게 쓸데없이 말 걸지 않는다
 ※ 위의 사항을 어기면 피가 ‘코로나’올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면 스트레스 받을 일도 그만큼 많아진다. 돈을 적게 쓸 것 같지만 더 많이 쓴다. 심심하니 입에 뭐라도 넣어야 하니 하루 종일 군것질이다. 그뿐만 아니다. 주말과 휴일에도 집안에도 빈둥대다보니 텔레비전을 보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일이 유일한 낙(樂)이니 평소에는 눈에 안 들어오던 것을 충동구매 하는 횟수가 잣다. 집에 좀 있어 본 사람은 다 안다. 나도 한 때 삼십 고개 넘어 몇 개월 백수생활 해봐서 잘 안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씀씀이는 커지고 양육 스트레스에다 음주까지 더하면 그 뒤에 일어날 일은 안 봐도 비디오다. 물론 이는 안 좋은 부모의 경우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런 부모들도 있으니 아동학대가 꾸준히 발생하지 않겠는가. 나쁜 어른들을 위한 마음 방역이 코로나 못지않게 시급하다.
 여자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교통 홍보처럼 화가 날 때 3초만 참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도로 위에서 한 순간 화를 참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처럼 홧김에 저지른 손찌검이 자녀와 가정에 회복불능의 상처를 가져올 수 있다. 내 자식이라고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 자녀가 당신과 같은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아동들이 폭력과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아동을 위한 나라’를 실현하는 강력한 법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용복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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