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합의안 파기 여파
이틀째 당 내부 분위기 혼란
사실상 명분·실리 모두 잃어
尹측 “당선인 영향 일체 없다”
‘윤핵관’ 권성동 입지 시험대
이틀째 당 내부 분위기 혼란
사실상 명분·실리 모두 잃어
尹측 “당선인 영향 일체 없다”
‘윤핵관’ 권성동 입지 시험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파기한 여파가 26일 이틀째 정국을 뒤덮고 있다.
반환점을 맞이한 제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파기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재논의’ 결정을 두고 당 내부에도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삼은 명분은 국민 여론이다. 더 정확하게는 지지층의 반대·비판 여론인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하나같이 지난 22일 중재안으로 합의된 이후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를 발판 삼아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라도 국민이, 지지자가 강하게 우려한다면 국민을 위해서 재논의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란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 사흘 만에 재논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국민 여론은 차치하더라도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조차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단 점을 자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야의 첨예한 입장 대립이 지속되던 때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재안 합의 이후 ‘헌법 가치 수호’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내자 재논의에 나서겠다고 한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거세졌다.
윤 당선인의 입김에 당이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여야 합의가 파기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은 청와대의 뒷처리를 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국회 상황을 당선인이 보고받았지만 어떤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윤 당선인의 영향이 일체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정황상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측면이 크다.
당장 합의안에 서명한 권성동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거세게 불며 입지가 위태롭다는 당내 분위기가 짙다.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으로서의 위상도 땅에 떨어지면서 의원들의 신뢰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할 때 윤 당선인의 컨펌을 받고 그렇게 말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그런데 바로 재논의를 요구하니 ‘소통이 전혀 안 됐구나’라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원내지도부의 소통 부재는 당장 취임 후 당청 관계의 험로를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심’(尹心)을 읽어내는 적임자를 자처하며 원만한 ‘당청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치권이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며 정권 초반 국정운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힘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이는 곧바로 집권 초기 민심 이반을 불러오며 국정동력을 잃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중재안이든 원안이든 어느 하나를 강행 처리한다면 국민의힘은 사실상 얻는 것이 없다. 중재안으로 처리되더라도 여야 합의를 파기한 정당이란 꼬리표만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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