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재갈물리기’인가, ‘악의적 보도’인가
  • 손경호기자
‘언론 재갈물리기’인가, ‘악의적 보도’인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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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같이 다양한 뉴스를 접한다. 뉴스의 영어 스펠링은 ‘news’인데, 어원으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동서남북(north, south, east, and west)의 앞글자를 땄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new’(새 것)에 복수를 만드는 ‘s’를 붙인 ‘새로운 것들’이라는 설이다.

새로운 소식이라고 해서 모두 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보다 사람이 개를 무는 것처럼 희귀한 사건이 뉴스가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사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정보로서의 비중이 높은 사건들 중심으로 기사화가 된다. 정보의 비중이 높은 사건들은 영향성, 규모성, 흥미성, 근접성, 저명성, 희귀성 등의 요소를 포함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독자들은 대통령이나 장관, 거물 정치인,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재벌, 운동선수 등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인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즉, 유명인과 관계된 뉴스일수록 기사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방문 사적 대화가 ‘비속어’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저명성 측면에서 보면 아무리 사적 대화라 할지라도 대통령의 발언은 뉴스 가치가 높다. 따라서 언론이 기사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뉴스는 신속성과 정확성 가운데 굳이 더 중요도를 따지자면 정확성일 것이다. 틀린 뉴스라면 아무리 빨라도 뉴스로서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칭했다면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 철저한 확인이 필요했다고 본다.

이러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MBC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최근 백브리핑에서 ‘바이든’이 나올 리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나오면 의회라고 그랬을 텐데 국회라고 했을리 없다는 것이다. 불분명한 것을 기사화할 때는 그 말을 한 사람에게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되는데, 그런 것을 안 거쳤다는 불만도 표시했다.

대통령의 불분명한 음성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아직 논란 중이다. 음성전문가들조차 정확한 발언을 단정하지 못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기 전 대통령실은 각 언론사에 정확한 워딩 확인때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비속어로 들렸다면 언론은 당연히 대통령이나 최소한 대통령실에 확인을 통해 입장을 들었어야 했다. 대통령이 사적으로라도 막말을 했다면 큰 파장을 일으킬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향한 것이라면 외교문제가, 야당을 향한 것이든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갯불에 콩 궈먹듯 신속보도에만 목을 맬 사안은 아니었다고 본다.

물론 MBC는 해당 보도가 상식적인 근거와 정당한 취재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MBC의 악연(惡緣)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악연은 대선 기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BC는 김건희 여사 관련 7시간 녹취물을 방송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MBC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위반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언론 재갈물리기’인지, ‘악의적인 보도’였는지 이제 법원 판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이번 윤 대통령 발언은 그냥 헤프닝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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