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상진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살갑게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뜻하게 차 오를 때가 있다
1972년 경주 출생
2013년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받음
시집 <눈물 이후>
합동시집 <시골시인-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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