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노미(藏頭露尾)
  • 모용복국장
장두노미(藏頭露尾)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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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대표 국민 앞에 사과
탈당 선언 이어 어제 조기 귀국
돈 봉투 사건 관련 의혹은 부인
민주당 총선 앞두고 대형 악재
국민들에 명명백백 사실 밝히는
책임 있는 정치권 모습 보여야
어설픈 꼼수로 위기 모면하려단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어
철저한 진상조사·고해성사 통해
모용복 편집국장

천적에게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 숨은 체하지만 몸과 꼬리는 밖으로 드러난 것을 일컬어 장두노미(藏頭露尾)라 한다. 아무리 진실을 숨기려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가 이미 드러나 보이거나 진실을 감추려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비유하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비슷한 의미로 서양에서는 타조효과(Ostrich Effect)란 말이 있다.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에 처박고 위험을 모면하려 하지만 결국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 앞에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돈 봉투 살포에 대해선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 밤늦게 프랑스 파리의 한국인 교민이 운영하는 무역업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2년 전 전당대회와 관련해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당 대표 시절 부동산 논란이 불거지자 당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같은 원칙은 저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저는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하고 당연히 상임고문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의 조기 귀국 요청에 응하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그는 그제 귀국길에 올라 어제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살포 여부에 대해선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며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면서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 한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줄 것을 부탁한다”며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뜻을 밝혔다.

그가 탈당 선언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돈 봉투 의혹 관련설을 부인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 돈 봉투 사건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에 송 전 대표가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의혹을 부인해봤자 이를 뒤집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거나 녹취록에 담긴 음성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 한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돈 봉투 사건이 대형 정치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이어서 민주당으로선 최대 악재를 만난 셈이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해 수 십 명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외교 발언 논란과 최고위원들의 설화(舌禍), 전광훈 목사 악재로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어 내년 총선에 한끝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뼈아픈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돈 봉투 사건으로 민주당은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설픈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다간 더욱 큰 시련에 부닥칠 수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을 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년 총선 패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당이 사분오열하거나 공중분해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모래에 머리를 처박은 타조가 살아날 방법은 오직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처박은 머리를 들고서 천적을 향해 돌진하거나 계속 달아나는 것이다. 방향은 서로 정반대이나 두 가지 모두 진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선 동일이다. 불법 금권선거 수사는 검찰에 맡기면 된다. 그 전에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관련자들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고해성사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민주당 의원이 돈에 연루됐다고 해서 특별히 실망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의원이 도덕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 삶을 좌지우지하는 그들이 그럴만한 진정성이나 책임감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려 끝끝내 머리를 숨기느냐, 머리를 들고서 당당히 국민 앞에 임하느냐,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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