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참전유공자가 돈이 부족해 식료품을 훔치다가 붙잡혔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생활고를 겪던 이 80대 후반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지난 4. 5월 부산 금정구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참기름·젓갈·참치통조림 등 8만 원어치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 사건은 이 나라가 보훈 대상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보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가 6·25전쟁 참전유공자에게 17개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은 22만 원의 참전 수당을 지급하고, 전라북도는 고작 월 2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두 지역 간 차이가 무려 11배다. 대구광역시와 지난해 7월 대비 5만 원을 인상한 경북도 각각 월 10만 원이고, 충북과 전남이 월 3만 원씩이다. 경기도는 연 1회 4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광주·울산·경북·경남은 80세가 넘으면 차등 지급한다.
국가보훈처가 개최한 ‘국가보훈 패러다임의 대전환’ 세미나에서 발표한 최완근 전 국가보훈처 차장의 발제가 눈에 띈다. 그는 ‘보훈 등록에서 희생·공헌 입증책임을 당사자에게 부과’하고, ‘국가유공자 계층 내에서 보훈 보상 형평성 논란’, 사는 곳에 따른 ‘지자체 보훈 수당의 극심한 차이’ 등을 현행 ‘보훈 체계’의 시급한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유가족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참전유공자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좀도둑이 되는 나라라니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기꺼이 나아가 목숨 걸고 싸운 참전 영웅들을 제대로 보살피고 대우하는 나라가 곧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진국의 표상이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보훈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제도나 규정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허위 공적으로 보훈 대상자가 된 사례가 있다는 풍문과 관련해서도 정밀 확인하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올바른 ‘보훈 체계’ 정립을 위한 추상같은 결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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