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남긴 것
  • 모용복국장
태풍 ‘카눈’이 남긴 것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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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태풍’ 카눈 소멸했지만
체류시간 등 다양한 기록 남겨
전국서 각종 시설 피해 잇따라

이강덕 시장 취약지 현장 점검
포항시 전 공무원 비상근무 등
철저 대비로 태풍 피해 최소화

포항제철소, 지속 예방책 이어
태풍 대비 만반의 대응태세로
이번엔 별다른 피해 발생 안해

한반도를 솥뚜껑처럼 덮으며 중심부를 통과해 느리게 북진하던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난 11일 마침내 그 생명을 다했다. 비록 카눈은 소멸했지만 태풍이 남긴 흔적은 선명했다.

이날 새벽 1시께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간 카눈은 여러 면에서 기록을 뿌렸다. 지난 10일 오전 경남 거제에 상륙한 이래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총 21시간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국내에 상륙한 15개 태풍 중 가장 긴 시간에 속한다. 이 중 12시간 이상 한반도에 머문 태풍이 2018년 제19호 태풍 솔릭이 유일하다. 또 사상 최초로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백두대간을 넘은 첫 태풍으로 기록됐다.

카눈은 평균 시속 20㎞로 한반도 중심부를 통과한 ‘느림보 태풍’이었다. 지난해 9월 많은 피해를 낸 태풍 힌남노 속도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경주, 속초 등지에는 8월 일 강수량 극값이 경신됐다. 또 강원 영동과 경상권 해안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시속 110㎞(초속 30m) 이상으로 불면서 일부 지역에는 8월 일 최대순간풍속 극값이 경신되기도 했다.

이처럼 변덕스런 태풍으로 인해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전국에서 주택 침수, 제방 유실 등 361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며, 17개 시·도에서 1만1705가구 1만5862명이 일시 대피했다. 카눈이 덮친 10일 대구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다 실종된 60대 장애인이 사흘째 인근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중심부를 지나간 태풍 치곤 피해 수준은 적었다.

특히 지난해 힌남노로 전대미문의 피해를 입은 포항과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이번 태풍에는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이는 포항시와 포스코가 힌남노를 교훈 삼아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만큼 철저하게 대비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에 든 10일 오전 6시 포항시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카눈 북상에 따른 상황을 보고받고 철저한 대응을 지시한 후 취약 지역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이 시장은 힌남노 때 범람한 바 있는 대송면 칠성천이 이번에도 수위가 높아지자 현장을 찾아 철저한 대응태세를 지시했다. 또 주민이 대피 중인 복지회관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주민들을 격려했다. 이어 냉천 복구공사현장과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를 방문해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산사태 위험지역도 살피는 등 태풍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동분서주했다. 포항시 전 공무원도 이날 새벽 4시 태풍경보 발령으로 비상대응 단계가 3단계로 격상되자 비상근무에 돌입해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만반의 대응태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힌남노 집중호우로 사상초유의 침수피해를 겪었던 포항제철소도 이번에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제철소는 태풍 카눈 북상에 대비해 팀장 급 이상 직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사내 메신저를 통해 태풍정보 및 대응현황, 피해상황의 실시간 정보교환과 비상소집 채널을 가동했다.

포항제철소는 힌남노 이후 태풍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종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정문에서 3문까지 1.9㎞에 이르는 국도변 지역에 차수벽을 설치하고 냉천 제방 1.65㎞ 구간에 시트 파일을 박아 침수에 대비했다. 또 제철소 내 핵심시설과 취약지에도 차수판을 설치했으며, 2문에서 3문 간 차수벽 앞에 배수로 600m를 준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처럼 포항시와 포스코의 철저한 대비 앞에서 심술궂은 카눈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행히 극한호우도 내리지 않아 피해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난달 경북 북부지역 극한호우에 이어 태풍 카눈은 갈수록 강력하고 예측불허의 기후재난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경고를 각인시켰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상시재난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제7호 태풍 ‘란(마셜군도 원주민어로 폭풍을 의미함)’이 한반도를 비켜가기를 바라며 그간 밤잠을 설쳐가며 태풍 방비에 나선 포항시와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노고에 격려를 보낸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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